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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Aug 08. 2023

출발선이 같았던 제2외국어

공부는 스스로 하는것이라고 가르치는 독일

한국에서 초등2학년을 마치고 독일로 갔던 우리 아이는 영어 때문에 한동안 힘이 들었다.


보다 잘 적응하라고 사립인 국제학교에 들어갔지만 언어라는 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본인은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이는 욕심이 있는 편이라 그런 상황을 억울해하기도 했었다.


외국아이들은 자기 나라 언어로 공부를 하니 더 쉽지 않냐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6학년이 되니 제2외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중에서 고르는 건데 우리 아이는 엘레강스하게 여행하는 미래를 꿈꾸며 프랑스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영어, 독어와 달리 이번에는 출발선이 같다고 흥분해 있었다.


새학년이 시작되는 9월을 앞두고,  


여름방학 때 인터넷 검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 혼자 전자사전을 보면서 숫자, 가족호칭, 색깔등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나온 단어들을 프랑스어로 적으면서 나름의 교재를 만들었다.


그 교재로 방학 동안 공부를 하면서 빨리 개학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첫 프랑스어 수업

아이는 자기가 만든 교재에 있는 게 다 수업에 나왔다고 좋아했다.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면 아이들 몇 명이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발표를 했다는데 우리 아이는 선생님의 눈을 보면서 조용하게 손을 들고 앞에 말한 아이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면서 발표를 했다고...


프랑스인 선생님은 과하게 칭찬을 해 주셨으며 (내성적인 아이라 더 배려하셨을 거 같다) 우리보다 덜 경쟁적인 반아이들은 와~하면서 같이 좋아해 줬다고 한다.

그러나 무대배경은 언제나 유럽이지 않나,


사실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대다수였지만 국제학교에서 언어의 첫 수업을 그들과 같이 시작한다는 건 흥분이 되는 일이었다.


초등학생의 아이가 혼자서 찾아 익히고 나름의 전략으로 발표를 하고 인정을 받은 그 뿌듯했던 수업 시간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되는 건 그만큼 영어에 대한 속상함이 있었던 거 같다.


암튼 그 여운은 더 힘든 과제나 공부 앞에서도 극복해야만 삶을 살 수 있음을 알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는다.


독일의 공교육인 김나지움


독일도 교육에 있어서는 불만이 많은 나라다.


새로운 교육 개혁안이 나와도 교과서는 10년, 20년 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선배들이 사용하던 교과서를 도서관에서 받아서 공부하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 반납하도록 되어있다.


책을 더럽게 사용하거나 분실하면 벌금을 내야 해서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그마저도 교과서는 수업시간에 메인이 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작은 비중의 존재가 된다.


공부란건 절대적으로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 전부이고 학생들은 듣고 필기하면서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다.


각자 필기한 노트를 아이들은 나의 책이라 부르고 잘 정리된 나의 책은 복사본으로 빵 몇 개정도의 가격으로 친구들에게 팔기도 한다.

과목별로 만든 '나의 책'은 심지어 교과서가 없는 과목도 많기에 오로지 이것에 의지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학기말이 되면 아주 두꺼워진다
수많은 프린트물과 노트, 기출문제와 문제풀이 등을 어디에 어떻게 정리하는지 배우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서가 뒤바뀌거나 누락돼 공부를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독일의 사교육


독일이라고 사교육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과외 수업을 받기도 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가기 위함이다.


그 수준에 맞추다 보니 수업은 기본적인 개념과 전체적인 흐름을 가르치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족집게 강습도 아니고 가르치는 사람도 전문적이지 않다.


첫 번째는 학교 내 성적이 잘 나오는 동급생이나 윗학생에게 회당 일이만 원으로 배운다 

(학생이기에 대부분 단기간이다)


두 번째는 교직을 은퇴하신 분들이 회당 3,4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수업을 하신다.


수업을 하시는 분들이 절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보니 심지어 미리 일이 년 전에 예약을 하기도 한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마저도 과외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성적은 좋지 않았고 대학진학 후에 학교를 그만두는 확률이 높다고 들었다.


남들보다 앞서 가기 위해, 고득점을 받기 위한 사교육이 아니라 동급생을 따라가기 위한 과외인 것이다.


결국 초상위권을 결정짓는 건 본인이 스스로 하는 공부에 달렸다.



독일 대학공부의 시작

초등 때 프랑스어를 잘하고 싶어서 시작된 우리 아이의 공부 방법이 예정에 없었던 독일 공립 중고교인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서 더욱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지금 독일 공대에 진학해서도 변함없이 나의 책을 만들고 있다.

전공서적이 없이 진행한다는 열역학, 매 수업시간의 ppt를 프린트해 스테이플러로 집은 후 뒷면에 요약분을 만든다.


물론 대학은 중고교때와는 비교가 안되게 여러 교재를 서점에서 살 수 있고 학교 도서관에도 참고할 충분한 책이 있다고 들었다.


중고등학교 때 이미 혼자 공부하는 법을 배운 학생들은 대학에 가서 수월하게 공부하는 것이다.


흔히 스스로 하는 사람을 못 따라간다는 말을 한다.

내가 겪은 독일이라는 나라는 교욱환경을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 버리고 스스로 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을 교육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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