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를 한다. 그런데 그 때는 중요한 것 같아 적어 두었지만 며칠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것이 있다. 때론 창피한 생각이 들어 누가볼까봐 얼른 세절하기도 한다. 사춘기 늦은 밤에 쓴 연애편지처럼 부끄러운 메모가 가끔 내 수첩에 있다. 그때는 부끄럽지 않았는데 뒤에 다시보면 부끄러운 내용이 있는 것처럼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부끄럽고 창피한 게 있다. 어느 날 문득 그때가 생각나면 “아이고!”라고 나도 모르게 한숨 쉬고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렇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이 글을 읽지도 않을 것이다.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은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을 자주 만나서 걱정을 달고 산다.
걱정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현재의 삶을 미래로 자꾸 미룬다는 점이다. 걱정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 “내가 어른이 되면”이라는 말로 행동과 결정을 유보한다. 그 사람이 어른이 되면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이라는 말로 미루고, 결혼생활을 하면서는 “나중에 퇴직해서 쉬게 되면”이라는 말로 미룬다. 걱정만 하다 일생이 흘러가 버리고 그렇게 흘러가 버린 인생이 후회가 된다. ‘걱정하지 말 걸’이라고 생각하며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은 또다시 걱정하는 삶을 산다. 지나고 나면 걱정이 쓸모없고 괜한 걱정으로 마음 졸인 시간이 아깝지만 그 사람은 또다시 지금 행동하거나 결정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고 과거를 후회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어 걱정과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에 연연해서 그런 것이다. 현재를 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걱정하는 사람과 후회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과거나 미래에 사느라 “현재”에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주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주변환경과 시류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 주관없이 휩쓸리면 미래가 걱정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휩쓸리면서 살아가니 지금 하는 일에 확신이 없고, 그래서 지나간 일이 후회되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자기가 생각한 방식대로 자기가 정한 목표와 목적에 집중하고 몰입한다. 걱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나고 나서 과거를 회상하지도 않는다. 온통 “지금, 현재”에만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별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크게 기대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욕구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고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방식과 기회를 뒤로 미루지 않는다. 그것들을 만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걱정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걱정할 겨를이 없다. “지금, 현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뽑아내고자 한다. 효율을 극대화하고 초월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 삶”이 주는 좋은 점을 알고 그렇게 살아가기 바란다. 걱정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기도 한다. 걱정이 많은 부서장과 같이 근무하는 부서원들은 부질없는 걱정 때문에 이것저것을 대비하느라 업무량이 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응할 보고서를 만드느라 쓸데없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된다. 걱정이 많은 가족의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며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도 우울한 감정으로 친구들을 대한다. 사실 걱정하지 않는 삶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걱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행동하면 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재의 삶을 자꾸 미루며 뚜렷한 주관과 기준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시류에 휩쓸리는 습관이 그 원인이다.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남들 눈치보지 않고 비교하지도 않으며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것, 건강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선택한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행복함과 건강함을 만끽하고 효율적이면서 최대한 경제적으로 사는 삶을 궁리한다. 걱정하지 않는 삶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결정한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이다. 아무런 걱정 없는 삶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지금 우리의 중요한 임무는
희미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확실한 일에 집중하는 데 있다.
<윌리엄 오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