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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A Sep 16. 2021

땅콩버터, 네가 결국 일을 내는구나.

홈메이드 팟타이





태국을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태국 음식은 좋아라 한다 (The love..♥). 좋아하는 음식은 약간은 부족한 맛일지라도 어지간하면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 진다 (무[無] 근본 도전의식 충만). 가능하면 쉽게, 그리고 그 맛을 비슷하게나마 재현해 느낄 수 있게 만들면 더 좋겠지. 흔히들 말하는 신이 내린 손 맛은 아쉽게도 내겐 없다. 하지만 짧게나마 직장생활 8년, 자취생활 8년에, 초보 주부로 2년 정도 살다 보니 어느 정도 눈치라는 게 생기나 보다. 이렇다 할 재료 없이도 맛은 내고 싶었겠지. 여기저기 맛있다는 레시피를 찾아 메모하고, 맛의 포인트를 알려주는 글들을 참고하고, 어깨너머로 엄마의 요리를 보고 배우며 틈틈이 만들어 먹어보며, 요리 블로그를 끄적끄적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만의 레시피도 꾸리게 되었다. 


다시 태국 음식으로 돌아가 보자. 태국 대표 음식인 볶음 쌀국수, 바로 팟타이다. 팟 (pad)의 볶음이라는 의미와 타이 (thai)의 태국이라는 의미가 합해져, 태국식 볶음 요리를 뜻한다고 한다. 달콤, 새콤, 짭조름한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볶음 쌀국수. 특히, 피시소스 특유의 짭조름한 맛과 향, 그리고 숙주의 아삭함이 뇌리에 남는 요리이기도 하다. 그 맛을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흉내 내보려 한다. 비록 냉장고엔 숙주가 없지만, 뭐 어떠랴. 아삭한 식감의 채소들로 대체해서 야무지게 만들어 보기로 한다 (이 없으면 잇몸, 요즘엔 임플란트인가?).



* 재료: 쌀국수 면 2인분, 집에 있는 채소들 듬뿍 (파, 양파, 파프리카, 당근, 부추), 냉동 새우 12마리, 편 마늘 한 줌, 스크램블 에그 (계란 1개).
* 소스: 황설탕 2T, 레몬즙 1T, 참치액젓 2T, 굴소스 2.5T, 땅콩잼 2T, 후추 톡톡.


1. 올리브유를 한-두 바퀴 둘러 달궈진 웍에 편 마늘 한 줌을 넣어 마늘 기름을 내준 다음, 해동한 새우 12마리를 넣고 후추 톡톡 뿌려 살짝 볶아준다.

2. 새우가 얼추 익으면 (핑크색으로 변신) 준비한 채소들을 (세로 방향으로 썰어주면 집어먹기 좋다) 우르르 쏟아 넣고 솔솔 볶아준 다음 (살짝 숨이 죽을 정도만), 미리 준비해둔 스크램블 에그도 넣어준다 (조금 귀찮더라도 스크램블은 따로 만들어 넣어주면 채소들과 엉겨 붙지 않고 깔끔하게 볶아진다).

3. 끓는 물에 30초 정도만 살짝 데쳐준 쌀국수 면과(쌀국수 면은 잘 퍼지기 때문에, 찬물에 10분 정도 미리 담갔다 써도 좋다) 소스를 넣고 버무려 준다 (소스는 1/2 정도 먼저 넣어준 다음, 간을 보면서 취향껏 추가해준다).

4. 마지막 화룡점정. 땅콩버터를 넣어 섞어준다. 

(*장시간 냉장보관으로 인해 땅콩버터가 좀 굳어있다면 소스에 미리 섞어 한번에 볶아줘도 좋고, 마지막에 따로 넣어 향을 좀 더 살려줘도 좋다. 집에 땅콩 분태가 있다면 첨가해주면 더욱더 좋다.)





홈메이드 팟타이 완성이다.


먹음직스러운 나만의 팟타이가 완성되었다. 그릇에 면과 채소부터 살포시 담아준 다음, 새우들을 그 위에 줄지어 나란히 눕여주었다. 취향에 따라 레몬즙을 아주 살짝 흩뿌려 먹어도 좋다. 까짓, 숙주 좀 없으면 어떤가. 집에 있던 채소들 만으로도 아삭한 식감쯤이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오리지널 팟타이는 피시소스 (생선 액젓 소스, 동남아시아 지역의 요리에 쓰이는 어장; fish sauce)의 짠맛과 타마린드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열대식물의 열매) 즙의 신맛, 그리고 종려당 (야자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설탕의 일종)의 단맛, 이 삼박자로 완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태국식 피시소스며 타마린드? 종려당? 이 집에 흔히 있을 리가 없다. 집에 있는 액젓으로 피시소스를 대체하고, 신맛을 내는 열매 타마린드 대신 레몬즙을 넣어주고, 종려당 대신 설탕 (혹은 물엿)과, 이 세 가지 맛을 아우를 수 있는 굴소스까지 (굴소스는 과연 만능이다). 팟타이 전문식당에서처럼 땅콩 분태를 듬뿍 올려주면 좋겠지만 가끔은 비움의 미학이 아름다운 법. 없으면 없는 대로, 집에 있는 땅콩버터로 대체해본다 (버터는 웬만해선 우리를 배신할 리가 없다). 내심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집에 있는 기본 소스들만으로 어렴풋이 흉내 내본 태국의 맛과 향은 꽤 훌륭했다. 땅콩버터가 주는 고소함이 입안에 남아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녀석이 일을 내도 단단히 낸 것 같다. 향신료에 약한 어른이들도 충분히 거부감 없이 흡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맛이었다. 만들면서도 이렇게 만들어도 그 맛이 날까, 하는 의구심은 계속 있었지만 결론은 대성공이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조심스러워진 요즘. 이렇게 동남아 느낌이 물씬 나는 음식을 해 먹노라면 간절히 여행이 떠나고 싶어 진다. 태국 어느 이름 모를 길거리 노상 식당에 현지인들 틈에 섞여 구비된 목욕탕용 의자처럼 생긴 작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작은 포크로 팟타이를 퍼먹는 상상을 해본다. 동남아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노상 식당의 숨은 맛집이 아닐까. 홈메이드 팟타이를 먹으며 상상을 하니, 이미 태국을 다녀온 기분마저 든다.


다음 메뉴로, 상상 속 떠나볼 여행지를 물색해봐야겠다.






Bona가 준비한 오늘의 요리, Bon appétit [보나베띠]: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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