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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Jan 30. 2024

의외로 잘 모르는 좋은 부모가 되는 법

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 (19)

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라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0.7이라는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이 기현상을 설명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경제, 교육, 사회적 분위기,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문제들이 제시되는 것으로 보아 원인은 한가지가 아닌 듯하다. 정신과 의사로서 눈여겨보았던 점 중 하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는 점이다.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초, 중, 고등학교 위센터 자문의사로 일하며 다양한 학부모님들과 면담했을 때 위와 같은 고민을 자주 들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이’ 관련 프로그램이 연일 화제가 되는 것도 이러한 관심과 고민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사회 분위기상 우리는 뭐든지 비교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도 느낀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아무리 부모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결핍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핍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나아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여러 조건 중 하나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유명한 정신분석가였던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모성애(부성애)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서술한다. 하나는 ‘보호와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삶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기’이다. ‘보호와 책임’은 주로 신체적 건강, 사회적인 삶에 대한 영역이다. 의식주와 교육, 문화적 경험 등이 포함된다. ‘삶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기’는 정서적, 영적인 영역이다. 안정적인 애착 형성, 긍정적인 정서의 발달, 올바른 가치관, 인류애 등에 해당한다.


어떤 부모들은 두 가지 모두 다 잘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호와 책임’, ‘삶에 대한 사랑’을 모두 적절하다. 이들은 자만하지 않는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부족한 것이 무엇일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따라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의 부모들은 ‘삶에 대한 사랑 가르치기’는 적절하지만 ‘보호와 책임’이 부족한 경우이다.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관계는 적절하고 애착도 잘 형성이 되어있지만, 아이의 욕심을 전부 채워줄 수 없다. 이 경우 청소년기에 다소 방황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적절한 기능을 하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유형은 ‘보호와 책임’은 다하지만 ‘삶에 대한 사랑 가르치기’는 부족한 경우이다. 이 경우가 세 유형 중 아이가 가장 힘들어한다. 의식주를 해결해 줬으니, 부모로서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부모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착각하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아이와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 형성, 대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상처가 있고 힘든 아이들, 문제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들 대부분의 부모는 이 세 번째 유형의 부모였다. 그들은 ‘내가 해준 게 얼만데’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마음은 부모 본인의 결핍에서 나온다. 사랑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랑 하는 법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리히 프롬’은 그 첫 번째 단계가 ‘자아도취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해석하면 본인과 자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식주만 해결했다고 끝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사랑의 감정을 알려주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 지상에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는 감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은 정신과의사인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정답은 없으며. 모든 아이는 특별하고 유일무이하여 대응 방식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생각을 지나치게 한다면 부모 스스로가 비교하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늘 강조한다. 다만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만 있다면 부모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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