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는 못한 말(10)
오늘 아는 동생이 링크를 하나 보내왔는데 그 링크의 제목이 ‘정신과 의사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라고 하는 사람 유형’이라는 글이었다. 어느 정신과의사가 어디에서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짤막한 글에서 ‘올바른 대화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을 피하라고 되어있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느낌상에 왠지 실제 정신과의사가 얘기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대화법’이라는 것 사람마다 너무 차이가 날 수 있을 뿐더러 단순히 대화법이 안 맞다고 무조건적으로 피하면 세상에 대화할 사람이 아주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면 정신과의사들은 어떤 사람을 피하려고 할까? 아마 10명의 정신과의사에게 물으면 8명 이상은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피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이러한 장애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성격에도 장애가 있다고?’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 정말 병적으로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하며 아주 복잡한 요건들을 충족해야지만 이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을 자주 보기 때문에 몇 마디 이야기만 하더라도 느낌이 오거나 의심을 하기도 한다.
성격 장애의 까다로운 요건들을 이 글에서 다루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면 이 글이 끝도 없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곡해해서 대입하다 보면 이 세상에 성격 장애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성 중 하나가 바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느 한순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과 그런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불안정한 사람들이 있다. 늘 감정과 기분이 살얼음판 위에 있으며 조그만한 자극에도 깨지거나 터져서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으며 그것이 남에 대한 지나친 의존, 비난, 성적인 집착, 충동성, 폭력 등으로 발현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굳이 피해야할 사람을 찾자면 나는 불안정한 사람을 피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들의 옆을 오래 지키는 것은 본인도 힘들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며 적절한 치료로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오랜시간 동안 불안정했다고 느낀다면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불안정한 것도 아픈 것이고 아픈건 비난 받고 손가락질 받으며 회피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치료의 대상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