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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아 Apr 29. 2022

분노를 넘어 우울한 사람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의 변화 





어제 친구와 예정된 화상통화를 하려고

밤늦게 컴퓨터를 켰다.


기진맥진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친구 얼굴이 두둥실 떴다. 

눈이 감길락 말락하는 친구를 보며


아직은 에너지가 남아있던 내가 이런저런 일상을 공유하며 수다떨었다.

점점 눈에 총기가 돌고 밝아지는 친구의 얼굴. 




오늘 많이 힘들었어? 


오늘따라 위로해주고 토닥토닥해줘야하는 환자들이 많았어. 





우리는 지식노동, 육체노동,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라,

때로는 지식을 전달하고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몸을 숙여서 들여다보고 진찰하고 치료하면서 허리가 항상 아프고, 

몸의 고통은 결국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그 부분을 충분히 공감하고 

끝까지 버틸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일을 한다. 


유독 감정노동이 심한 날에는

감정적으로 풀어줘야하는데 이럴 때는 수다가 최고지. 

아무 의미도 뜻도 어려움도 없는 털어내고 나면 없어지는 그런 이야기들. 






정기적으로 친구와 화상스터디를 하면서 수다반, 공부반을 한다. 


한두달전에만 해도 

우리는 분노에 쌓인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사람들이 왜이렇게 날이 서있는지,

니가 감히! 나를! 하면서 삿대질하며 데스크선생님께 소리지르는 사람,

내가 이렇게 돈도 쓰고 했는데 왜 안낫는지에 대해서 한시간이고 화를 내는 보호자 등

평화로웠던 옛날에 비해서

조금이라도 탁 건들여지면 팡 하고 터지던 사람들에 대해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예민한가봐.

살기가 많이 힘든가봐.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부쩍 이번달들어서

그들의 감정선이 많이 달라졌다.

우울한 사람들이 늘었다.




저번달에는 소리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이번달에는 눈물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대체 언제 좋아지죠. 

이런 얘기를 할사람이 여기밖에 없잖아요.

아프단 얘기를 부모님한테 해서 해결될것도 아니고. 



그 다음에 올때는 빵을 한아름 사오셨다. 






전 우울증인 것같아요.

라고 말을 시작한 사람은

이게 좋아지지 않으면 전 우울증이 좋아질수가 없으니

신경정신과 가서 약받을수도 없어요.

자존감이 떨어졌으니까.

자존감이 낮아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요. 

눈물을 주륵. 





확실히 화를 낼때 보다 

눈물은 마음을 움직인다. 


그전에는 치료에 집중을 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요즘은 

기도중에 그들을 기억한다. 


제발 그들이 잘 버티고 이 기간을 잘 이겨내서 그 끝에는 빛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몸이 아플지언정 마음은 더욱 단단해져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수 있는 것들에 너무 많은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랍니다. 

해결할수 있는 것들을 쉽게 포기하고 주저 앉지말고 끝까지 해낼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로. 

내가 하는 치료는 대체로 중간에 놓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더딜지언정 결과가 나올수 있는 것들이라


초반에 막 달리다가 지쳐버리기보다

서서히 조금씩 좋아지는 그 과정을 즐기면서 임하면 너무 좋겠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감정선은

사회상황에 많이 맞물려있기 때문에

이들이 우울할때는 한번 더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전쟁과 물가상승


무기력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분노하다가 

분노해도 바뀌지 않고 

나의 의지와 분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더 살기 힘들어지는 상황에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건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이럴수록 

나의 의지로 변화가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면 좋다. 

가령 운동을 통해 나의 신체적인 변화를 느껴보거나

내가 통제가능한 나의 생활관리- 이른 기상, 이른 수면, 건강한 식사 등.


작은 성공들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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