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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Oct 07. 2023

ep 10. 중고 니콘 D-750을 만나고

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니콘 카메라를 사게 된 것도 

우울증을 견디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컸습니다.



소아우울증으로 시작해 10여년 이상을 

우울과 무기력을 견뎌내며 일상을 살아냈기에

일상을 부러 특별하게 만들어야만 버틸 수 있었지요.



중고 카메라를 알아보던 중

마침 원하던 카메라가 판매글에 올라와 

서둘러 계약하고 지역 새마을 금고에서 만나자며 

판매자와 약속을 잡았었습니다.



카메라의 카 자도 모르던 제가 

지역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 사진을 배우고

카메라를 사고 전국으로 출사를 떠나며 

하나 둘,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사진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집하고 

매월 출사를 떠나기도 하며 색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요.



퇴근 후 카페벙을 열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이렇게나 즐거운 일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시월에는 울산으로 떠납니다.

당일 시월 출사를 떠나고, 

저 혼자 울산에 남아 하루 쉬고 오려고

월요일 연차도 내었지요.



물론 니콘 카메라와 함께 말입니다.

카메라에 '니콩' 이라는 애칭을 지어주고

니콘 카메라 유저를 '니콘니코니'라고 칭하며

즐거운 저희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굳이 니콘 카메라여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지금은 제가 가진 이 중고 카메라 한 대가 

나에게 정말 소중한 니콘, 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름을 붙여주고,

삼각대를 들고 나가 수시로 셀프 촬영에 도전하면서

사진 실력도, 사람들과의 대화도, 일상의 기쁨도 많이 늘었지요.



제 우울과 무기력의 이유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쓸모없는 사람' 이라는

가족들의 말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순간부터 

예쁜 사진을 찍고, 팔로워를 얻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며 

무언가를 성취해나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자리에 주저앉지 않고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며

스스로를 가꿔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짝사랑 하는 사람도 사진을 찍으며 만났습니다.

왜 그 사람을 좋아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진이 취미라는 것은

보이는 것에 자신만의 의미를 담고

또 그 대상을 예쁘게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의 시선과 

따뜻한 마음, 포근함, 다정함,

그것이 풍겨져나오는 대화와 사진에 

서서히 물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있더라구요. 



이렇듯 니콘은

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여여한 행복, 은은한 사랑, 몽글몽글한 감성.



 오늘도 출사를 떠날 생각입니다.

혼자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 스스로를 가꾼 채로 말이지요.



제 니콘 카메라, 니콩이 덕분에

집 안에 혼자 스스로를 고립되는 습관을

많이 고칠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찍힌 제 모습을 보정하며

나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인지를

다시금 꺠닫게 되는 순간도 많이 선물받았지요.



사진을 담아 다시금 글을 쓰고,

소중한 사람에게 사진 선물도 하며 

제 삶의 이유를 다시금 닦아나가고 있어요.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나만의 아름다움으로 정의하는 건 

온전한 스스로의 몫이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꺠달음도 얻었습니다. 



사진을 배울 수록 재미있습니다.

우울함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건

생각보다 특별하고 귀한 이벤트라는 걸

매번 되새기며 순간을 즐기고 있어요.



백만원으로 시작한 취미가 

제 삶을 수천금으로 만들어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일일까요.



여러분만의 카메라를 마련해보세요.

핸드폰도, 옛날 필름 카메라도 다 좋습니다.



SNS에 업로드하면 끝나는

휘발성의 사진 말고 

자신의 목표와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어보세요.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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