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칵테일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짝사랑했던 그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다보니
칵테일과 클래식 바의 세상에 입문하게 되었지요.
어제는 그 사람이
저에게 칵테일을 만들어준다며
엑스레이티드와 깔루아 원액을 들고 집에 찾아왔습니다.
잔에 얼음을 넣고
원액과 토닉워터를 넣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엑스레이티드 하이볼 한잔이
짠 하고 만들어지더군요
칵테일과 플래터, 조명을 켜둔 방 안에서도
그이는 강아지만 안고 웃더군요,
순수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사람이라
여러 말 보다는 조용히, 내가 당신을 참 좋아한다고.
그렇게 한 마디만 전했습니다.
나도, 좋아.
표현이 서투른 그 사람과
그렇게 가만히 손만 잡고 누워있었습니다
물론 사이에는 강아지들이 있었구요.
짝사랑이 끝났습니다.
이제 연인이 된 그이는
손 잡는 것에도 부끄러워하다
자정 넘어 집으로 돌아갔지요.
이전에는
연인에게 참 많은 것을 바랐습니다.
나를 더 사랑하기를, 더 표현하기를,
더 많은 마음을 내어주기만을 말이죠.
그래서 제 연애는
늘 궁핍했고 조급했고 두려웠습니다.
이제는 주기만 해도
마음 기쁜 사랑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멋쩍어 웃기만 하는 그 사람의 표정만으로도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랑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큰 이벤트가 없어도,
구구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편안하게 서로를 안아주며 기뻐하는
그런 사랑을 말이지요.
한번, 크게 사랑을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도, 그 사람도, 음악도 모두 다 떠났었지만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웃으며 추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의 가난을 버리고
지속되는, 여여한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이벤트가 없어도
저의 삶은 은은하게 지속될테니
두시간 짜리 영화가 아니라,
몇십년에 걸친 10부작 짜리 드라마라 생각하며
선선하게 하루하루를 지속해보려고 해요.
앞으로의 사랑에
평온함이 가득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