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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라 Oct 09. 2023

ep 12.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니콘 D-750 렌즈에 담은 일기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과 사랑, 돈과 명예, 

심리적 그리고 경제적 안정

여유와 창조성, 규칙적인 생활패턴



부모가 없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직장생활과 전문 자격증 공부, 영어시험,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20대 중반인 지금은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아름답고 멋져 보일테지만



결혼 적령기가 되면

'안정적인 삶을 만든 사람인가'

하는 믿음이 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될 테니까요



'너와 함께라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참 모호한 말이지만,

사실 이 한마디에 전부가 담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2년간 창업을 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겨울을 끼고 5개월간 가게에서 생활하며 장사를 했었습니다

아침에 잠깐 목욕탕에 샤워하러 가는 것을 빼고는

오로지 가게에만 매어있는 삶이었지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셀프 마케팅을 병행하며

손님 한분한분께 손편지와 서비스를 드리다보니

어느새 점점 매출이 늘어갔습니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

대목이면 한달을 내리 밤새웠어야 했었죠.

그 때는 하루에 4시간도 채 자지 못했었습니다.



가게의 찬 바닥에서 쪽잠을 자다 보니 

반년동안 하혈을 하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고

위장 전체에 퍼진 염증이 

결국 간과 골반뼈까지 뒤덮어

배에는 복수가, 폐에는 물이 차서 

결국 몇주간 입원을 했었어요. 



그때 만나던 사람은 결국 저를 떠나갔고

제가 없는 사이 놓쳐버린 대목 시즌은 

큰 손해로 남았습니다.



"장사가 잘 될수록, 타 업체에서 신고를 한다"

하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불행은 한번에 밀려온다고 하더군요



누군가 자꾸 고의적으로 신고를 하는지

두 번은 시청에서, 두 번은 사법경찰이 파견되어

한달간 저희 가게를 샅샅히 뒤졌습니다.



사람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2년을 살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매주 가게가 뒤져지며

조사아닌 조사를 받으며 손님도 받지 못하니

정신적인 우울감과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습니다.



이십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가게에만 매어있으니 그럴 법도 했지요.

2년간 울지 않았던 날보다, 

펑펑 울었던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상가 재계약이 다가오니

정말 많은 고민이 되더군요.

"내가 이 걸 2년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어서

가게를 시작했었던 기억이 났거든요.



맨 처음 목표와는 달리 

모든 것들이 사라진 당시에는

마음도, 몸도 버틸 여유가 없었습니다.



재계약을 하지 않겠노라 결심하고 

폐업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다행히 SNS 마케팅과 창업을 했던 경험 덕분에

바로 취업이 되었지만 저는 많이 시들어버렸습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나를 좋아하고, 내 제품을 산다는 생각에

속은 썩어문드러져도 매일 웃다보니

우울증과 공황장애도 훨씬 심해졌었구요.



"지금 제대로 두달간 치료하지 않으면

아마 평생 만성으로 달고 살 거예요" 

일해야 된다며, 당신의 만류에도

퇴원을 고집하던 저에게 

당시 의사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십니다.



역시, 그 말처럼

저는 조금만 피곤해도 배에 염증이 차올라

매번 고생하고 있지요.



행복한 기억도, 더 슬픈 기억도

꺼내어보면 수없이 많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일상과 경제적 여건,

그리고 시간적 여유와 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오프라인 창업을 그만두고

온라인 창업으로 전환하며 

직장을 다니게 되었어요.



월급은 적더라도, 

제가 바란 행복과 쉼을 가져다주기에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였거든요.



시월, 어느덧 올해의 끝이 다가오며

이제 내년에는 다시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노라

다짐하며 다시금 일상을 재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격증 공부도, 어학시험도, 회사 업무도,

인간관계와 동호회 활동도, 온라인 쇼핑몰도 

균형맞추어 잘 해내볼 생각입니다.



직장 생활이 어렵다고 하는데,

가게 수리, 세무, 손님 응대, 주문, 제작, 

판매, 청소, 관리, 인테리어, 그리고 책임감과 부담.



사업할 때 겪었던 고충보다는 

훨 쉬운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는 사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이니

저는 행복을 위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빈틈에 도전적인 일들을 채워나갈 생각이에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내야 하고요.



원래 행복하기 위해서는 

숱한 고군분투가 필요한 법일테니까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하라, 그리고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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