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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자녀에게 화내기 전 해야 할 질문

by 새이버링


질문의 시작은 주말 오후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쪼고 있을 때였다. 유튜브와 게임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뭔가에 홀린 듯 보였고 그게 무척이나 싫었다. ‘쉬려면 차라리 책을 보거나 큐브를 맞추거나 레고를 하거나...’ 그러다 갑자기 뜨끔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문득 마음속의 내가 나 자신을 째려봤다. 아이들이 쉬는 방법까지 내가 결정하려 드는 것인가. 아무리 미성년자라 해도 인격이 있는 피조물인데, 쉬는 방법까지 엄마가 결정하려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대체 뭘 위해서?


위의 질문은 내가 화내는 이유와 진정으로 바라는 ‘목적’을 떠올리게 해 준다. 아이들에게 화를 낸 것은 ‘쉬는 것은 좋지만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은 안 했으면 하는 바람‘과 현실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바람을 구체적으로 전달한 적이 있는가? 그것의 필요성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성들여 설명한 적이 있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화낸 것은 아닌가?


다른 예로, 방을 어질고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질문을 통해 화를 내기 전 ‘아이에게 바라는 바’를 분명하게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방정리를 하고 놀면 좋겠다. 바라는 게 그것뿐이라면 화내는 일이 먼저가 아니라 방정리를 하고 놀 수 있게 아이를 유도해야 한다. 아이는 일부러 방정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방정리를 한 뒤 놀도록 훈련이 되지 않았다. 화를 내면 내 기분만 상하고 아이도 짜증이 날 것이다. 소중하게 지켜낸 무탈한 일상과 휴식시간을 불쾌감에 망치면 안 된다. 화낸 뒤 어쩔 수 없이 하는 강압적인 방정리는 그때뿐이다. 아이가 방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가? 방정리를 어려워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는가? 함께 하자고 도우려는 시도는 했는가? 하기 싫은 이유나 하려고 할 때 장애물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은 있는가?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시도했는가? ‘바라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촘촘하게 접근해야 한다.


화를 내고 아이를 탓하기보다 그 시간에 ‘대안’을 찾아 왜 그런 일이 있어났는 지 질문하는 게 낫다. 문제 상황을 예방할 방법을 찾아보고 아이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돕는다면 이 순간은 오히려 성장할 ‘기회’가 된다.


팀장으로서 나는 회사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끔 감정이 앞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통해 현재 하는 일의 목적을 점검하고 멈추어 생각한 뒤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설명하는 일의 목적을 설명하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멈추어 생각할 틈이 없어서 생긴다. 화를 내놓고 나서 번복하거나 사과하는 건 더 나아질 게 없는 일이다. 이 질문을 거쳐 신중하게 행동하면 실수와 이불킥을 줄일 수 있다. (가끔 시간에 쫓게 그게 잘 안 되는 게 문제지만 이런 알아차림을 통해 나는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알아차림이 필요한 순간. 지금 하는 일을 침착하게 알아차림으로써 실패 없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틈틈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멈출 줄 아는 것, 그리고 좋은 신호를 얻기 위해 2분 정도 기다려줄 줄 아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공입니다.“
”우리는 천천히 해도 충분하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은 대부분 나태함 때문이 아니다. 야심과 욕심 때문이다. 그러니 명상을 하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든, 아니면 지금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있는 사람에 집중하든지 하면서 속도를 늦춰야 한다.“
“깨달음이란 우리가 하는 생각들 사이의 공간이다.”_오랜만에 읽는 <타이탄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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