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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선물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개똥철학

by 새이버링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받을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이 한 문장에 함축된 의미는 무척 아름답다.


”나는 네가 뭘 좋아하는 줄 알아.“


선물하는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어떤 물건을 봤는데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둘째, 기념일 등 축하할 일이 생겨서 선물을 준비한다.


전자의 경우는 선물할 상대를 평소 염두에 두고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가깝거나 특별한 사람이어야 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혹은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물건이 상대를 기쁘게 할 거란 사실을 100% 확신하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어렵게 획득한 물건을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황당하게도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란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이쪽에서 선물을 주면 받는 사람은 기쁨을 줘야지. 어른도 어린아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터, 상대가 나에게 무척 고마워하기를 기대하며 선물을 한다. 상대를 향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선물이다. (혹은 뇌물이거나.)


후자의 경우는 또 한 번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돈, 기프티콘(상품권)처럼 대체로 누구에게 줘도 불호가 없는 현금성 선물이 있고, 상대의 취향과 필요를 고려한 뒤 숙고하여 준비하는 선물이 있다. 현금성 선물을 줄 때에는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라는 추임새를 붙이기 어렵다. 하지만 상대의 취향과 필요를 고려한 선물에는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를 비롯하여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다.”등 선물을 준비한 노력을 극대화시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오다 주웠어.” 같은 무심한데 다정한 말도 이 경우에 할 수 있겠다.) 이런 선물을 위해서는 평소 상대의 취향과 현재 상황 등을 떠올리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몇 가지 후보 중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수고도 곁들여야 할 것이다.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느라 뇌가 바쁠 것이다. 경우야 어쨌든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주말 아침 근사하게 차려 먹는 브런치를 좋아한다. 다양한 잔에 따라 마시는 커피를 즐기고, 크기도 색도 다양한 에코백을 사랑한다. 책을 읽다가 노트에 필사하는 일을 좋아하고 낯선 향기에 매혹된다. 핸드크림은 꼭 바르는 편이고 쨍하고 깜찍한데 무해한 작은 것들을 편애하고 감탄한다. 옷은 무채색으로 튀지 않게 입지만 액세서리나 신발 등 하나씩은 꼭 포인트를 준다.(A.K.A. 꾸안꾸룩) 이런 내 성향을 잘 아는 가족과 지인들은 “이걸 보는데 딱 네가 좋아할 것 같더라고.”말하며 나에게 선물을 건넨다. 그 말의 의미(“나는 너를 기쁘게 하고 싶다.”)를 알기 때문에 반가운 표정에 미간도 찡긋 웃는다. 진심으로 기쁘고 고마울 때 어쩔 줄 몰라서 짓는 표정이다.


내 생일에 맞춰 해외 직구로 샀다는 에코백은 요즘 자꾸 눈에 띄어서 궁금했던 요가복 브랜드 제품이다. 완전히 내 취향이어서 이걸 메고 떠날 여행 계획을 짜지 않고는 못 배긴다. 커피맛뿐만 아니라 생김새까지 따지는 나를 위해 머그잔을 (그것도 두 세트나) 받았을 때, 머그잔이 등장하는 사진을 백 장도 넘게 찍었다. 최근 일본에서만 판다는 말차라테와 로이스 생초콜릿을 선물 받았는데 해외여행까지 가서 내게 줄 선물을 골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감동이었다. 여행지에서 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내 생각에) 크게 세 가지이다. 여행 경비를 보태준 사람, 내 여행을 응원한 사람, 내 선물을 매우 기쁘게 받아 줄 것이 확실한 사람이다. 나의 경우 경비는 못 보태도 여행을 온몸으로 응원하고, 여행 후기에 막대한 호기심을 가지며, 준비한 선물에 물개 박수로 환호하는 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선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다 보니 알겠다. 저 마음들은 실은 내가 선물할 때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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