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남편에게 듣고 싶은 요일별 선물 같은 말
월요일 저녁 나가서 먹을까?
화요일 음쓰 버리고 올게.
수요일 택배 왔어? 네 건데.
목요일 나 오늘 야근해.
금요일 치맥에 영화 한 편 볼까?
토요일 빵 사갈까?
일요일 빨리 자, 내일 월요일이니까.
월) 월요일은 아침부터 차가 막힌다. 나는 '늦었습니다.'하고 사무실 입구를 통과하는 일이 잦다. 그럴 때 몸을 숙이고 죄인처럼 마음속으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톨게이트부터 차가 밀려서요.', '순환도로에 교통사고가 났나 봐요.', '아니, 아침에 딸내미가 등교하려는데 화장실이 급하다고...' 갖가지 지각 사유들을 묻지도 않는 이들에게 소리 없이 변명하는 나 자신이 궁색하고 가엾다. 휴가 중에 최고는 월요일 휴가다. 반대로 일하기 가장 힘든 날은 월요일인지도 모른다. 퇴근하고 정신없는 건 월요일이 최고다. 어느 월요일에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은 감자탕이 당기는데..." 했더니 "너무 바깥 음식만 먹지 않았나?"하고 눈치를 받았다. 그게 그렇게도 서러운 거다. 서럽고 서러워서 월요일의 남편들에게 선언한다. 월요일에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오늘 저녁 외식 어때?"다.
화) 월요일은 외식을 했으니 화요일은 요리를 해야지. 콩나물도 다듬고, 오이도 깎고, 제육볶음 하려고 보니 양파도 까야하고... 벌려놓고 어질러 놓은 주방이지만 내게는 보조셰프가 있다. 바로바로 결혼 10주년 기념 선물로 구매한 식기세척기. 퇴근하고 장 봐서 요리하고 식기 세척기까지 돌렸으니, 이제 당신이 지난해 복지 포인트로 구매해 준 발마사지 기계를 좀 사용해 볼까 하는데, 딱 이 포인트에서 화요일의 남편들, 이렇게 말해줄래요?
"쓰레기 버리고 올게. 음쓰도."
수) 아직도 수요일인가. 주말만 고대하는 워킹맘에게 수요일에 자그마한 기다림이라도 있다면 버틸만하겠다. 회사에서 남편에게 카톡을 받는다. "집에 택배 왔어? 네 건데 ㅋㅋ"라고. "ㅋㅋ"를 넣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너를 기쁘게 해 줄 뭔가가 배송될 예정이다. 둘째, 우리가 먹을 맛있는 음식이다. 셋째, 캠핑장비다. 'ㅋㅋ'의 의미가 다양함에도 나는 무조건 첫 번째 이유를 편애한다. 수요일의 남편 앞으로 도착한 택배가 아내를 위한 선물이라면 일주일을 무사히 건널 수 있겠다.
목) 목요일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워킹맘이 청소기 돌릴 힘도 없는 날이다.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요리 하나에 최소한의 상차림이 요구되지만 남편이 야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팔팔 끓인 물에 깍둑썰기한 스팸을 넣어 각종 방부제와 염분 등을 최대한 제거한 뒤 묵은 김치를 잘게 썰어 함께 볶기만 하면 두 아이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김치스팸볶음 완성.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는 저녁차림에 나는 만세를 부른다. 내 저녁은 어쩌냐고? 나는 안 먹어도 배부르다. 목요일의 남편들이여 차라리 야근을 해서 초과근무수당을 벌어오시오.
금) 늦게 자도 부담이 없는 금요일 밤의 치맥은 더 말하면 입이 아프다. 양배추 채 썰어 케첩&마요네즈 얹어주는 건 서비스입니다. 영화 대신 11시에 시작하는 <나 혼자 산다>도 추천.
토) 나의 주말 아침은 무조건 빵과 커피다. 한 주간 고생하여 주말을 맞은 빵순이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일) 내일부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고 밀린 빨래도 한다. 다가오는 월요일이 두렵다. 이런 공포를 물리쳐 줄 남편의 다정한 한마디. "내일 출근하니까 빨리 자." 어쩐지 나의 충분한 수면을 배려해 주는 것 같아 든든하고 고맙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하루를 들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