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범, 위로
가수 ‘임재범’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고해’가 아닐까 싶다. 저음의 거친 소리로 ‘어찌합니까-’가 제일 먼저 귓가에 맴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떠오르는 인상은 그렇게 부드러운 인상은 아니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바꿔준 날이 있었다. 2015년 겨울에 방송된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에 그가 나왔다. 한 가수와 그 가수의 모창을 잘하는 사람을 커튼 뒤에 두고 한 곡의 노래를 돌아가면서 부르면 방청객들과 연예인 패널들이 누가 가수이고 누가 모창을 하는지 가려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는 누가 나오든 그저 이런저런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좋아서 잘 봤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임재범의 노래들을 많지는 않지만 이 곡, 저 곡 들을 수 있는 것이 내게는 꽤 좋은 기회였던 프로였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다 가사에 더욱 집중하는 편인데 그날 들은 노래들이 다 가사들이 마음에 잘 들어왔다. 그래서 그날부터 그의 노래들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저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말들이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내 마음 같다고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그의 노래들을 앞으로도 몇 번이고 나오겠지만 처음으로 고른 곡은 ‘위로’라는 곡이다.
2022년에 나온 이 노래는 내가 몇 날 며칠이고 한 곡 반복하며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스스로 느끼지 못했지만 꽤 오래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갖고 있었던 때였다. 우울감은 학생 때부터 있던 것이라 일상 같아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무기력감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때때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표현한다고 한들 내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꾸짖고, 다독거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런 시기에 이 노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숨죽여 울지 마요.’라고 시작되는 노랫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노랫말들이 마치 내게 해주는 말 같아서 나는 울컥하는 마음이 컸다. 중간, 중간에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는 노랫말들에 크게 위로받았다. 무엇보다 ‘같이’라는 분위기가 좋았다. 홀로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는, 같이 울고, 같이 들고, 같이 걸으면 된다는 가사가 혼자로 느껴지던 나의 날들 속에도 ‘혼자’가 아닌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괜찮아요 쉬어가도
끝난 게 아니니까
캄캄한 아침 무거운 매일
끝없는 미로 속을 걷는 우리들
허나 결국 그대는 답을 찾을 거예요
같이 울고 같이 들고 같이 가면
덜 지치고 덜 외롭게 걸어요
-임재범, 위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