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때는 2012년이었다. 대학생이 된 나는 강의와 과제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야 했다. 내 전공은 문헌정보와 보육이 섞여있어서 이 두 학과의 강의가 섞인 하루였다. 보육과의 특성 때문인지 강의실 한 편에는 전자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의를 하면서 피아노를 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끔 동기들 중 한 두 명이 그 피아노를 두드려주고는 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이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친한 동기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건반을 하나씩 두드리며 예쁜 선율을 만들어냈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피아노의 소리로 무미건조했던 학교의 시간이 잠깐이나마 산뜻한 색으로 입혀지는 것 같았다. 옆에서 그 친구가 건반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그 선율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유 모를 편안함이 느껴져서 듣고만 있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곡의 제목을 물었다.
‘summer', 히사이시 조.
일본의 유명 작곡가인 히사이시 조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속에 곡들을 작곡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히사이시 조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대부분 곡들은 애니메이션 삽입곡인데 곡들만 듣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지고는 한다. 내가 그의 곡들을 찾아 듣게 된 것은 사실 몇 해 되지 않는다. 'Summer'를 알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곡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그전까지는 마음이 괜히 불안해져서 가라앉히고 싶을 때는 'Summer'를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 두고 계속 들었다. 이 곡만큼 마음이 가라앉힐 수 있는 곡이 없었다.
특히 스물 초반에는 더욱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듣던 노래는 전부 대중가요였고, 클래식은 지루하고 다가가기에는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을 때는 이 한 곡만 지겨워져서 이제는 사람의 노래가 듣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들었던 것이다. 그 정도가 되면 마음에 쌓여있던 불안이 어느 정도 잊혀졌을 때였다. 요즘에도 가끔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가요가 듣기 싫어질 때면 피아노 연주곡을 찾아 듣는데 그럴 때면 생각나는 첫 번째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