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언젠가 무지개를 건너야 할 때
2013년 8월의 어느 날, 작은 고양이를 내 품에 안았다. 날카롭게 하악질을 하던 녀석이 이내 조용해졌다. 작은 고양이를 완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현관 앞 작은 공간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눈동자의 색이 아직 완전해지지 않아 회색빛인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볼 때면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저 녀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나는 언제든 저 녀석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일부러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고, 열 번 만지고 싶은 것을 참으며 두 번 만져줬다. 한 달 정도 그렇게 보내고 여전히 작았지만 조금은 큰 고양이가 되었을 때 녀석은 나의 고양이가 되었다.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가 방과 거실을 걸을 때면 장판에 발톱이 부딪히며 ‘도, 도, 도’하며 귀여운 소리가 났다. 그래서 이 녀석의 이름은 ‘도도’가 되었다. 나의 첫 반려동물 도도는 태어나고 1-2개월 되었을 때 나와 만나게 되었다.
도도가 집에 들어오고 한동안은 도도의 야행성 패턴과 우리의 수면 패턴이 전혀 맞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다. 잠이 들 것 같으면 도도는 놀 준비를 끝내고 방과 방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문을 닫아 놓으면 나가겠다며 문을 박박 긁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는 자다 일어나 문을 열어주고 다시 잠을 청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것은 매우 좋았지만 우리는 그만큼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도 많았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나는 문득, 문득 내 옆을 유유히 걸어가는 고양이가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어느 때는 자고 있는 도도의 배를 유심히 쳐다보며 숨은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는 했다. 도도를 혼자 두고 출근을 하거나 외출을 하면 혼자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해서 눈물이 나고는 했다. 갑자기 새로 생긴 존재에 분리 불안이 생긴 것은 아무래도 나였던 것 같다.
도도가 한 살이 채 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수술을 하고 붕대를 하고 있는 녀석이 앉아있는 내게 오더니 내 다리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나는 도도를 안고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었다. 도도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는 도도 발톱에 긁히며 소소한 상처부터 흉터로 남을 상처까지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도도가 나이를 먹고 나니 점점 줄어들었다. 도도는 이제 고양이의 평균 수명의 반 정도를 살았다. 작아서 손바닥에 들어오던 아이가 이제는 누워있으면 내 팔 길이와 같다. 시간이 가는 것이 매우 아까웠던 시기가 있었다. 도도가 점점 커가는 것이 눈에 확 띌 때 그랬다. 그래서 나는 툭하면 카메라를 켜서 이 모습, 저 모습을 찍기 바빴다.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도도와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도도가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냉장고 위로 올라가지 않았을 때, 더는 우다다하며 뛰어다니지 않았을 때,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등 도도의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느낀다. 더는 개구쟁이 고양이가 아니라 성숙한 어른 고양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매번 볼 때마다 작고 사랑스러운데 말이다. 그래서 어느 시기부터는 도도가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을 마무리 지을 때, 그러니까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 별로 돌아가야 할 때 많은 후회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 상상이 되지 않는 날이고, 떠나보내면 한동안 슬플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함께하는 마지막까지 나는 도도가 아프지 않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너의 하루가 나로 끝나던
너의 시간 속에서
고마웠었다고 항상
언젠가 나 널 두고 멀리
펼쳐진 무지개 넘어 밟아 오를 때면
너에게 나 전해줄
내 마지막 이야기는
늘 사랑했다고
-김세정, 언젠가 무지개를 건너야 할 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