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은미, 헤어지는 중입니다

by DAON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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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식적으로 검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불안형과 회피형의 애착유형의 특징이 섞여있는 사람이다. 애착유형은 아기일 때 주 양육자로부터 받은 사랑의 방법 또는 모양이라고 볼 수 있다. 주 양육자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였는지에 따라 이 유형이 나뉘게 된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으로 4가지로 나누고 이 애착유형은 성장하면서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성인 애착유형 검사까지 많이 알려져 있고, 특히 연인들 사이에서 이 애착유형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많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는 관계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애착 유형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생 때였다. 학과 특성상 아기 애착유형에 대해 배워야 했기에 단어는 익숙했지만 이것이 성인 애착유형이라는 이야기로 다시 듣게 될 것은 사실 알지 못했다. 자신의 애착유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증받은 애착유형 검사가 정확하겠지만 떠돌고 있는 다양한 관련 영상들과 자신의 대인관계의 모습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다. 애착유형의 모양에 따라 내가 깊은 관계를 맺은 상대의 말과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다르고, 내가 상대를 대하게 되는 모습도 달라진다.


나는 학생 시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님을 보면서 ‘혹시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과 함께 어머니가 갑자기 떠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걱정했었고, 그 불안은 친한 친구 관계에서도 나타났다. 그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 그들에게 내가 사랑스러운 딸이고, 좋은 친구라는 것을 계속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또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한 것은 같았다. 그래서 그 불안을 낮추기 위해 그들의 행동과 말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찾으려고 했고,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그래서 때로는 스스로 버겁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해주려고 했다. 그러다 때때로 그들의 말과 행동이 평소와 달라지면 나는 제일 먼저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 혹시나 실수한 것이 있지 않은지 자기 검열을 계속했다. 계속되는 자기 검열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렇게 자존감도 서서히 떨어졌다. 스스로 버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모두가 내 곁을 떠나 혼자가 되는 상황이 더욱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앞에 말한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했다.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어느 해 이제는 진짜 내가 나를 더 알아가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 애착유형의 특징들을 고치고 싶었다. 혼자 보내는 시간과 상황을 잘 보내고 싶어 졌고, 곁을 주었던 사람이 떠나가도 그 이유를 내게서 찾는 행동을 그만하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때 최선을 다 하되 마음을 접어야 할 때 적당히 아프고 싶었다.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유독 친했던 친구와의 다툼에서도 나는 제일 먼저 그 이유를 내게서 찾았고, 친구와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더는 예전과 같은 사이가 아니라는 것에 깊게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와 내가 멀어진 것은 그럴 때였기 때문이야.’


모든 관계에는 이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는 그 이별에 유독 예민한 사람이었다. 상대가 헤어짐을 말하면 ‘날 더는 좋아하지 않아?’라는 생각과 ‘이제 사랑받지 못해.’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누군가와 깊은 관계로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피했다. ‘혼자가 편해’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실상은 혼자이면 때때로 외롭다고 느끼고 불안해하는 날도 있으면서. 내가 몇 번의 이별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문제점들은 일단 자신부터 바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힘든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문제 되는 행동과 생각을 했거나 하려고 할 때 스스로를 잡으려고 해야 한다. 생각은 행동과 말을 바꾸는 힘이 있고, 더 나아가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힘도 있다. 내가 마음을 깊게 준 상대와의 이별은 무조건 아픔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아픔을 애써가면서 이겨내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별의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고 나면 이전보다 성장한 나를 느끼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해서 후회 없다던 사랑 해서 보내준다던

잔인한 거짓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사랑한다면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이별했죠 이별한 거 맞죠

심장이 미쳐서 아직도 착각하고 있나 봐요

미련한 내가 나조차 너무 싫은데

서러움에 내 맘이 무너져요

-이은미, 헤어지는 중입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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