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지루한 일상 속에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할 것

-임재범, 크게 라디오를 켜고

by DAON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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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했던 것을 되찾기 위해 몰두한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 떠올려보려고 하니 처음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일을 한 기간이 길었던 탓에 내가 주말에 뭘 하면서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혼자 뭘 하는 것을 좋아했는지 그것을 먼저 떠올려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책을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펜과 그림 노트를 샀다. 뭘 그릴까 생각하다 좋아하는 꽃들을 그려보자고 생각하고 책도 샀다. 평일을 잘 마무리하고 주말이 찾아오면 나는 펜과 노트, 책을 갖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 번이고 돌려봐서 얼추 내용을 외운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책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혼자 있는 주말은 그렇게 보냈다.

취미라는 것을 크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뭘 하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그때는 하루, 하루 주어진 것을 해내는 것이 중요해서 딱히 취미라고 하는 것을 가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주말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주머니가 조금 채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 언니랑 뮤지컬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언니가 한 번 보여준 뮤지컬이 계기가 되어서 좋아하는 배우도 생겨서 그 배우가 하는 작품을 쫓아다니다 보니 좋아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좋아하는 배우가 늘어났다. 하나의 작품을 배우의 구성을 바꿔 가면서 두 번, 세 번 봤다. 그게 내가 스물 중반까지 했던 취미였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는 길게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처음 취미답다고 생각했던 취미는 내가 바리스타로 업종 변경 이직을 하면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는 취미를 갖기 전과 비슷했다. 카페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했고, 글 쓰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했다. 쉽게 말해 당시 나는 내 커리어가 중요했다. 무엇이든 해 보여야 하던 때였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일하게 되었고 다시 주머니가 채워지고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아니, 시작은 사실 취미라기보다 잘 살아보기 위한 것 중 하나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운동이었다.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 돼서 시작한 운동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일종의 탈출구가 되었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최대치로 올라갔을 때는 그마저도 버거웠지만 안정을 찾고 나서는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래서 안정을 찾고 생활이 나아졌을 때 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지루한 일상에 그저 하나의 일정을 더한 것뿐인데 그것 하나로 지루하게 느껴진 일상이 조금은 활기를 얻는다. 일이 끝나고 나면 사실 가는 것도 지치는데 막상 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 또 하나 해냈다는 성취감도 운동이 끝날 때마다 느낀다. 이런 사소한 성취감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취미가 무엇일까, 무엇을 취미로 가져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면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을 하나씩은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취미라는 것은 그저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면 되니까 무엇이든 좋지만 취미활동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면 또 좋은 것이니까 말이다. 정적인 것은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나는 생각을 정리해야 될 것 같을 때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쓴다. 동적인 것은 내가 오래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준다. 숨이 차도록 몸을 움직이다 보면 일상에서 갖고 온 감정과 생각보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조금만 집중이 흐려져도 잘못하면 다치기 마련이니까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리며 움직이고 나면 ‘그래, 계속 생각해서 뭐 하겠어’라며 놓을 수 있게 된다.


지루한 일상 속에 그 일상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좋아하는 것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위기 전환을 빌미로 헤비메탈을 찾아 듣는 것처럼 일상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니까.


피곤이 몰아치는 기나긴 오후 지나

집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어떠한가

지하철 기다리며 들리는 음악은

지루한 하루 건너 내일을 생각하네

대문을 활짝 열고 노래를 불러보니

어느새 피곤마저 사라져 버렸네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함께 따라 해요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함께 노래해요

두 눈을 감고서는 잠들려 했을 때

옆집서 들려오는 조그만 음악소리

소리를 듣고 싶어 라디오 켜보니

뜨거운 리듬 속에 마음을 뺏겼네

-임재범, 크게 라디오를 켜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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