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 Jeonggeul Jul 13. 2024

자식들로부터 배우는 순간들

매주 금요일 연재를 하기로 했지만 진심이 담긴 글을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날짜는 지키지 못했지만 저의 진심이 담긴 노력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랑은 삶의 모든 순간을 채우는 깊은 헌신과 노력의 표현이다. 내 두 아이는 각기 다른 성장 단계에 있어서 아침은 혼돈의 연속이다!


 이들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는 엄마로서 사랑이 그에 맞춰 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

14살 아들은 사춘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사춘기 같지 않게 남편보다도 더 의젓한 아이다. 때로는

사춘기라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인지 아들은 점점 더 독립적이 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울아들은 늘 우리 집 가장처럼 잔잔하고 든든하게 빛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도 그렇고 공부나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에 방에 들어가는 동안에도 뒷모습에서도 빛이 난다.  어쩌다 가끔 아들이 21개월 딸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내뿜는 과한 표현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내치기도 하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아들에게 존중과 이해를 보여주려 마음을 되돌려 아까 했던 말이 뭐냐고 다시 물어본 적이 많다.  그러면 또 순진하게 그대로 다시 이야기해 준다.


하루는 아들이 말했다.

"엄마.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나 친구 관계가 어려울 때 엄마가 가만히 들어주고 더 속상해해 줄 때가 난 참 좋아.  감정을 이해하고 어쩔 때는 나보다 더 울어주던 엄마가 참 좋아."


그래. 넌 사춘기지만 난 네 어릴 적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잊을 수없고 가끔씩 그 맑은 얼굴로 세상의 때를 묻혀가며 묻어가야 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엄마는 짠하기도 하단다.

그리고 21개월 딸은 손이 많이 간다.

품에 늘 딸을 안고 눈도 딸에게 향해있다.  

딸의 얼굴은 언제나 해맑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도 한 번만에 다 따라 하고, 위험한 곳에 겁도 없이 달려들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딸이 처음으로 말을 배우고, 걸음을 떼고, 자신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큰 아이 태어나고 12년 만이라 내겐 기쁨이기도 하.

 중에 잠에서 깨어 울 때, 나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떠지지도 않은 채 누운 몸을 일으켜 앉아 딸의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쓸어주며 다리를 매만지며 다시 잠들게 하는데

 곧 잘 잠에 드는 딸의 모습을 본 후 나도 다시 깊은 잠에 빠지는 일이 일상이다. 피곤하고 지치지만  밤중에 세 번정도는 늘 자다가 깨는 것이 일상!


집에 이모가 평일 날 오전 일찍 오셔도, 이모를 기다렸다는 듯 쪼르륵 달려가며 두 팔로 이모를 감싸안는 딸은 너무 사랑스럽다. 오전 시간과 낮 시간까지 이모와 보내지만 밤에 잠자리에서 딸을 토닥이며 재우는  이런 시간들모이기에 나와  우리 둘은 깊은 유대감이 생기는  아닐까 한다.

아침 일찍 방학을 맞이한 아들과 요즘 나는 함께 수영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수영실력과 자라나는 잔근육들이 아름답다. 아들의 상체가 물 위로 올라오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게 듬직하다.

 두 다리는 어느새 길쭉길쭉하게 자라 물을 멀고 깊게 난타질을 하며 헤엄쳐간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요리다.

14살 아들과 21개월 딸의 식단이 다르므로 간이 약한 요리와 간이 센 요리를 나누어하니 부엌은 나의 주 무대이자 연구실이 되어간다.



게임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의 아들에게 이제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주제로 말을 나누고 있다. 게임 이야기를 하면 신이 나서 세상 가장 즐거운 사람처럼 보이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거 같아 보인다.

 나이 차이가 큰 오누이. 밖에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예쁜 딸에게 관심을 갖는 어른들에게 오빠인 아들이 "제가 얘 오빠예요."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서로의 차이가 클 텐데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오빠는 자기 여동생을 이리도 거침없이 자랑할 수 있을까..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딸도 나이차가 많은 오빠와 함께하며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언젠가가 오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딸이 나보단 아들을 따라 하며 배우지 않을까. 그렇게 둘은 서로가 서로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배울 수 있기를.

품에서 나갈 몇 년 안 남은 14살 아들과 언제 다 키우나 싶게 아득한 2살 딸을 키우는 엄마의 사랑은 끝없는 인내와 헌신, 그리고 깊은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들과 딸이 성장하며 나도 엄마로서의 역할 또한 변하겠지.

그렇게 나도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언제나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이 사랑은 반드시 내 아들, 딸에게 요즘 내가 추구하는 자신감과 내면의 평안을 주고,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거라 믿는다.

엄마로서의 이 여정이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나는 수영장 안에서 수경을 쓰고 혼자 참 많이도 울었더랬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느끼는 보람과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겠지.


지금 나는 아들의 공간을 존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만 할 수 있는 일 같다.

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이리박고 저리 박는 범퍼카 같은 성장을 하더라도 나는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 줄 수밖에.

그게 내가 저 스스로 변해가고 성장해 나가는 아들과 딸에게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알 수 있는 배움이 될 수 있기에

이전 03화 인생 잡채가 되길 바라는 그대들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