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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솔 Sep 08. 2023

빛이 나는

의자에 앉는다. 커다란 고리모양의 회전의자다. 이 회전의자는 중심이 앞에 있어 앞을 보지 않으면 멈추지 않고 회전하는 게 특징인데, 나는 매번 뒤를 돌아보며 앉기 때문에 회전의자는 돌게 된다. 계속.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회전의자에 앉아 나는 중얼거린다. 왜 자꾸 빙빙 도는 거야? 난 그저 널 잊고 싶지 않을 뿐인데. 그렇게 나는 돌고, 계속 돌다가 그래, 이렇게 영영 돌아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지? 생각했는데, 너무 돌다 보니 멀미가 나는 거야. 토할 것 같은 거야. 예전엔 안 그랬는데, 못 견디겠는 거야 이젠. 다치기 싫은 거야, 나도. 그래서 앞을 봤네. 중심을 잡았네. 그러자 의자가 멈추고. 내 뒤에 앉아있던 네가 말했다. 뭐라고? 네 얼굴이 안 보여. 보이지 않아서, 더는 네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아. 나는 계속 앞을 봤다. 너무 잘 들리는데 난?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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