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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May 19. 2024

다행이라는 말

  당신과 내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때가 있었다. 같은 욕실을 쓰면서 서로의 욕설을 배웠다. 타일에는 타이레놀 같은 두통약 알갱이가 떠다니고 있었다. 샤워를 하면서 몇 번이나 결심하고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번복했다. 여러 번 같은 병을 앓고 또다시 그 병을 앓으면서 서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 그것을 스스로 강해진 거라고 믿었다. 타일을 밟을수록 단단해지는 건 뒷모습이었다. 우리는 서로에 의해서는 절대 깨지지 않는 뒷모습을 갖고 있었다. 제발 치약 좀 그렇게 짜지 마, 그렇게 말하며 당신은 울었다. 당신이 울고 있다는 게, 울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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