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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May 12. 2024

놓치지 않겠다는 말



 들고 있던 열쇠나 전화기를 자주 떨어뜨리는 나에게 당신은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신의 손만 놓치지 않으면 되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앞서 걸었는데 그 때도 이미 당신의 손을 놓치고 난 후였다.


 맞잡은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당신은 가끔 너무 아프다며 손을 빼냈다. 그 후론 손을 잡는 일에도 주저하게 되었고 어쩌다 다시  잡게 될 때마다 난 번번이 당신을 놓쳤다. 그 때마다 당신은 모르는 사람의 분실물이 된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진짜 아픈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병원에 간다고 해도 나의 증상에 대해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당신은 오랜 병구완에 지친 사람처럼 사소한 일도 견디지 못했다. 식당에서 수저를 챙겨주다가 수저를 떨어뜨리고 물을 챙겨주다가 물컵을 떨어뜨린 일 때문에 당신은 울었다.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눈물방울 하나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 눈물방울 하나는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여전히 난 무엇인가를 자주 놓치거나 떨어뜨리지만 병원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다만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손바닥을 펼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때의 그 눈물방울이 손금의 줄기를 따라 흐르다가 어디쯤에 맺히는지 확인해보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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