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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May 26. 2024

기다린다는 말

처음에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

그 다음에는 전화를 기다렸고

그 다음에는 편지를 기다렸다.


빨래를 널어놓고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당신의 기다림을 생각했다.

당신이 축 늘어진 몸으로 공중에 널려

모든 눈물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마침 장마였고

축축한 생과 함께 흐르다가

한 다발씩 발견되는 옷가지들을 건져내고 보니


지난 계절에 입었던 당신과 나의 육신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게

만남이나 전화나 편지 따위가 아니었음을

물에 젖은 신발을 또 종일 말리면서

더 울 수도 없게 깨닫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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