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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령 Jul 23. 2024

인공지능과 미래의 마음

2024학년도 2학년 6월 학력평가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은 크게 발전하여 인간의 일을  점점 더 많이 대신하고 있다. 이에 공정하고 엄밀한 판단이 요구되는 판사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자는 요구가 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다. 인공지능 판사가 도입되면 자료 조사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실제로  2019년부터 소액 사건을 인공지능 판사에게 맡긴 에스토니아에서는 사법 처리 효율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판사의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존 판례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급속한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또한 인공지능 판사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 감정 등 본질적으로 재량이 필요한 영역이나 도덕적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사법 시스템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다. 단, 인공지능 판사의 도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여, 사법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쟁점, 기존 판례, 학계 의견  등에 대한 분석・종합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되면, 분쟁 해결의 속도를 높일 수 있고, 판사는 복잡한 분쟁에 집중하게 되어 사법 판단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4~7번 문항 관련)


  인공지능과 미래,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미래'라고 명명하는 시간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다 뒤의 시간'으로 유예된 시간일 뿐, 과거로부터 지향되어온 절대적 시제의 미래는 지금 도래해 있는 시간이다. 

  인공지능은 여전히 미래라는 시간적 가능성과 최첨단에서 만나게 되는 개념이다. 인공지능은 더 첨단화된 미래에서 세분화된 기능성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일상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산업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제시문에서 언급된 '인공지능 판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능을 대체한 아주 극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판사'의 도입으로 에스토니아에서는 사법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법을 다루는 일에서 효율성의 제고가 항상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아무리 소액 사건이라고 해도 '인간의 마음과 인간들이 처해 있는 정황'들을 아예 무시할 수가 없다. '인공지능 판사'는 성실하게,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판례들을 학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겠지만 판례에 드러나지 않은 동기와 정황까지 '헤아리고' 최선의 도덕적 가치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헤아리다'는 인공지능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행위동사이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인간은 더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광대한 정보 네트워크에 거주하는 여러 정보 행위자 중 하나로서 네트워크 속 정보 유기체**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그 지위를 위해 그 무수한 정보들을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점진적이었으나 이제는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존재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어떤 시대에서든 인간에게는 '마음'이라는 게 남아 있을 테니까.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 중에서

** 김선희 외,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자, 사월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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