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3학년 9월 모의평가
겨울 아침 언 길을 걸어
물가에 이르렀다
나와 물고기 사이
창이 하나 생겼다
물고기네 지붕을 튼 살얼음의 창
투명한 창 아래
물고기네 방이 한눈에 훤했다
나의 생가 같았다
창으로 나를 보고
생가의 식구들이 나를 못 알아보고
사방 쪽방으로 흩어졌다
젖을 갓 뗀 어린것들은
찬 마루서 그냥저냥 그네끼리 놀고
어미들은
물속 쌓인 돌과 돌 그 틈새로
그걸 깊은 데라고
그걸 가장 깊은 속이라고 떼로 들어가
나를 못 알아보고
무슨 급한 궁리를 하느라
그 비좁은 구석방에 빼곡히 서서
마음아, 너도 아직 이 생가에 살고 있는가
시린 물속 시린 물고기의 눈을 달고
- 문태준, 「살얼음 아래 같은 데 2-생가(生家)」
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았고 심하게 덜컹거렸다. 창이 하나 있었으면 했지만 바람벽으로 에워싸인 그 집에 창이 날 일은 개천에서 용 나는 일보다 더 까마득했다. 그래도 문이었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고 몇 개는 메워지기도 했지만 아직 메우지 못한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으로 어머니의 눈동자가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서 문을 열어라. 한 번은 문고리를 풀어 문을 열어주었지만 어느 날은 아버지가 문고리에 못질을 해버린 까닭에 내 힘으론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 때 어머니는 왜 내게 화를 내셨을까. 꽉 닫힌 문을 보면 문득문득 그 때 생각이 난다.
창이라면 달랐을까. 창문마다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어머니, 거기 자꾸 서 있지 마요. 열고 싶어진단 말이에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중 그나마 내가 견딜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쪽이었다. 나의 생가 앞에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단칸방에서 수저나 그릇들이 쨍쨍하게 부딪히는 소리들을 듣는다. 행여나 밥상이 엎어질까 노심초사하는 가운데, 문득 발목이 간지럽다. 나도 모르게 눈을 떠보면 어느새 물고기 떼들이 발목 아래 모여들었다. 아직도 그 문을 닫아둔 거냐, 어머니, 그 때 내게 화를 내신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시린 물고기의 눈을 달고 물속으로 들어가 눈 뜬 채로 무엇이든 견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