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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Oct 09. 2021

첫 키스는 엘프와

다소 불편한 캐릭터부터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여섯 가지 이야기의 향연

  예전부터  제목은 들어봐서 알고 있었던 책이었다. '읽어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화나 소설과는 또 다른 '청소년 소설'은 딱히 손이 가지 않았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틀 안에 있는 작품 속에 나오는 청소년들이 과연 현실 속의 인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작품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작위적이며 가공의 냄새가 강할 때 공감은 떨어진다.


  언제부턴가 소설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보다 '청소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더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다. 최근에 읽었던 몇몇의 '청소년 소설' 단편들은 나의 그런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1. <꽃 찾으러 왔단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첫 번째에 실려있는 <꽃 찾으러 왔단다>는 나는 좀 불편하게 읽었다.


 주인공 연두의 캐릭터는 그렇다 하더라도 '지니'라는 "공부도 잘하며 얼굴도 예쁘고 날씬하기까지 한"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상투성이 거슬렸다.


 또한 전학 온 '한혜란'이라는 아이의 전라도 사투리도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어떤 것을 파는지 알아보라는 지니의 '명령'(수행평가라지만 미션도 아닌 명령이나 다름없는)을 군말 없이 따르는 연두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말로 나아가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2. <똥통에 살으리랏다>


 그다음 두 번째 작품인 <똥통에 살으리랏다>는 경상도 사투리가 찰진 작품이다. 부모의 새로운 학군에 대한 열망에도 흔들리지 않는 주인공 '안현진'의 확고한 의지가 미덥다. 읽는 재미도 큰 작품이었다.


3. <첫 키스는 엘프와>


  표제작인 <첫 키스는 엘프와>도 재미있게 읽었다. 단짝인 다나가 오빠의 친구와 키스를 한 뒤로 자신과 멀어졌다고 생각한 주인공 '윤채아'가 자기도 같은 경험을 해야 다시 다나와 친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열여섯의 나이에 생각하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과장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첫 키스의 대상으로 누구를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마침 동네 여자아이들에게는 아이돌 스타나 다름없는 '엘프'라 불리는 '최상연'을 후보로 정하는 설정도 웃음을 자아낸다.


  마치 '서동요'처럼 윤채아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벽에 엘프와 자신의 관계를 거짓말로 공개하는 것이지만 그다음의 엘프의 반응도 예상 밖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육포를 상담료로 받으며 윤채아의 고민을 들어주는 '구자'라 불리는 '구자희'다. 그녀가 있어 윤채아는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4. <별의 연산>


 <별의 연산>의 주인공인 '뚱녀' 캐릭터도 좋다. 자신이 당한 일을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남들이 믿어주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해하지만 끝내는 그 문제를 거침없이 따질 줄 아는 아이.


 더 나아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경찰에게 알리며 문제의식을 갖게 할 줄 아는 씩씩한 소녀.


 이런 건강함이라면 앞으로 어떤 난관에도 쉽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다.


5. <우리들의 라커룸>


  <우리들의 라커룸>에는 존재감 없는 캐릭터인 '등풍'(등이 넓어서 슬픈 병풍)'이라 불리는 '고다린'이 매력적이다. 주인공 유해달이 매일 천 원씩 반 친구에게 뜯기는 것을 보고 '혁명의 바람'을 일으키라고 등을 떠미는 '등풍'은 그야말로 주인공에게는 든든한 '빽'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는 반 분위기가 폭력을 방조하며 그 폭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작은 움직임이 그런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상당히 힘이 세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6. <인기 절정 영길이>


 마지막 작품인 <인기 절정 영길이>를 읽노라면 "아, 이 작가는 진짜 이야기 꾼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장의 아들이라 방학에도 마음대로 쉬지 못해 그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은 영길이가 끝내는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마이크를 잡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감동과 함께 웃음도 빵, 터진다. 또한 경상도 사투리의 마치 옆에서 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도 좋다.


'결국 낼모레는 내가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이나 '병원에서 돌아온 날, '낼모레'로 시작하는 갖은 요구와 결심들을 밀어 내기로 맘먹었다. 그러자 오늘이 보였다. 많은 과제들 뒤로 미뤄 두었던 내 꿈이 보였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웃음도 늘었다.'



       

책 제목: 첫 키스는 엘프와

작가: 최영희

출판: 푸른 책들

발매: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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