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zech, Prachovské skály
길이 어딘지도 모른 채 무작정 앞으로 걸었다.
가다보면 만나지겠지...
한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약간 당황스럽다. 엇,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서둘러 급하게 걸어도 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둠까지 쌓이니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 나 길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행을 잃어버린 것이다.
난 지금 어릴 때처럼 혼자 남겨지거나, 행여 되돌아갈 수 없을 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다.
그저 다 큰 딸이 낙오되어 마음 쓰실 부모님께 송구스러울 뿐.
되돌아 걷다가 결국은 처음 일행과 멀어진 지점까지 왔다.
그리고 그 앞에 서있기로 마음먹었다.
앞서 우리와 오고가는 길에 마주치던 한 여행객을 멈춰 세워서는, 동양인이 드무니 우리 가족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에 혹시 조금 전에 그들을 다시 보았냐고 물었다.
그가 못 보았다고 하니 어쩌면 오시는 중일 게다. 길눈은 밝으신 분들이니 걱정은 덜 된다.
‘이 자리에 서있으면 곧 만나지겠지...’
어릴 때도 한 번 이런 적 없던 내가 이 나이를 먹어 딴 데 정신이 팔리는 사이 가족들을 놓쳤다.
어이가 없고 조금은 민망하다.
불현듯 어릴 적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길을 잃으면 넌 바로 그 자리, 처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내가 찾으러 올 테니까.”
.
.
.
그리고 몇 분후 그들은 정말 그 때 그 말처럼 내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어쩌면 살면서 기억해야 했던 건 그리 많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단지 머리가 굵어져 담겨진 생각들도 복잡해야 그럴 듯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어른들만 존재할 뿐.
도중에 잠시 길을 잃거나, 무엇인가 엉키고 잘못 되었다 판단될 때는
원점으로 가자. 그리고 차근히 다시 생각해보자.
그러면 나를 지탱해주고, 나를 향해 뻗쳐있던 믿음들이 하나둘씩 다시 보일지도 모르니까.
내 눈이 어두워 잠시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그거 진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자,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살면서 기억해야하는 것>에 대하여,
체코, 프라쵸프스키 스칼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