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lavski Narodni Park, Slovenia
자연은 정말 신기하기도 해요.
온통 돌과 잎, 나무들로 둘러싸인 돌계단을 오르고 올라 숨 고르기 조차 헉헉대며 버거울수록...
지면에서나 볼 수 있는 물과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데...
정상 또는 어느 궤도에 올라서면 암산 뒤쪽에서 누군가 수도꼭지라도 튼 것처럼
출처모를 물들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어딘가 이보다 높은 곳에 필히 골짜기가 있었고,
그곳의 나무들이 머금었던 습기가 물로 변해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걸까요.
대체 어디서부터 이 물줄기는 시작된 걸까요.
생각해 보면 이 물이 만들어지고 쏟아져 나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겠네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구 구석구석엔 쉴 새 없이 무수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겠죠.
그러고 보면 내가 꼭 존재해야 할 곳이라고 믿는 곳이 언제까지 계속 있으리라는 법도 없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범주 속에서 모든 것은 이미 돌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어쩌면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는 길을 따라 이미 흐르고 있고, 흘러갈 예정이겠죠.
때로는 그들이 만나 엄청난 파급 낳으며 마찰하고, 융합하고,
또 그것들이 또 흐르고 흘러 어느 곳에선가 이렇게 턱 하니 쏟아내고 있으니까요.
때로는 그것이 무섭지만, 때로 그것은 웅대하고 경이로우며,
때로는 그래서 그것이 그토록 신비하고 짜릿한 거겠죠.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나란 존재는 참으로 터무니없네요.
나 하나 어디에 있고, 무엇을 가졌고, 언제까지 사는지... 그런 게 이 세상에서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몰라요.
내가 무엇을 만나, 무엇을 보고, 그들과 함께 어떻게 흘러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지가 더 소중한 거겠죠.
때로는 그것이 무섭지만, 때로 그것은 그래서 행복하고,
때로는 그것이 어렵지만, 그렇기에 그것이 그토록 신비하고 짜릿하기도 한 거겠죠.
<인생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국립공원에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