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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delberg, Germany

by 난나

하이델베르크 성.

14C 처음 건축된 이래 전쟁으로 파괴되고 재건하기를 몇 차례에 걸쳐 반복한 비운의 성.

마지막으로 프랑스 군이 성을 부순 후, 또다시 복원 공사에 들어갔지만 급기야 벼락을 맞아 불타버리자 사람들은 성의 잔해를 가져다 집을 짓는 데 쓰기까지 했다고 해. 19C 돼서야 이를 금지시켜 성은 살아남았지만,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금까지 대부분 폐허로 남아있는 곳이지.



이곳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계단이 놓여 있었어. 흡사 등산하는 기분이지.

아니 사실 유럽의 대부분의 성 모두가 마찬가지야.

대부분 적군이 침략하기 힘든 요새로서 최적의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느 성이고 상당히 높지.

그래서 매번 다리가 저리고, 아프고, 그러다 보니 숨도 차고 했어.



이곳 역시 걸어 올라가는 데 정상까지 약 300개가 넘는 계단이 있었어.

그런데 다른 곳과 달리 계단 하나하나마다 흰 페인트로 굵직하게,

하나 그리 모양을 냈다거나 예쁘장하지는 않은 형태로 번호가 하나씩 매겨져 있더라.



조심해서 그다음 번호를 순차적으로 밟아 오르라는 메시지인지, 아니면 어디쯤 왔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인 건지. 뭐 해석하기 나름이겠지.



숫자란 뭐 그런 거니까.

더더군다나 앞, 뒤가 있고 끝이 있는 와중 어느 번호를 달고 적힌 숫자를 보는 건 그런 거니까.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숫자.

세상살이에도 숫자가 있으면 참 좋겠지.

숨 가쁘게 언제까지 달려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올라가는 그런 거 말고.

끝이 있을 거라는 희망, 다음은 이리로 오라는 지침, 조심해서 디디라고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경고.



퍼즐을 맞추는 어려운 마음은 들어도 미래를 바라보는 막막함은 한 결 사뿐해질 수 있을 텐데.

고개 들어 볼 수 있는 바로 그즈음에.

너무 멀지는 않은 바로 그 정도 거리 안에 있다는 믿음.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테니까.



번호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게도...

그 길이 정녕 옳은 길인지 아닌지..





인생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하여.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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