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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난, 여기 어디?

2026.3.

by Lilla Mar 29. 2025

#3. 난, 여기 어디?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향촌아파트가 우리의 정착지였다.

아파트를 구해 준 작은언니 말에 의하면 둔산동은 서울의 명동 격이란다. 위치가.

아파트를 나와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엔 생활하기엔 전혀 불편함이 없이 편의시설이 즐비했고 병원도, 타임월드, 갤러리아, 맥도널드, 올리브영, 스타벅스 등등... 우린 문화공간에 와 있었다.  

   

독일에서 컨테이너 이삿짐을 보낸 살림살이들은 한 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 했고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우리를 반겨 주었던 것들은 대형 TV, 대형 냉장고, 서 있는 에어컨, 침구류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있던 전통 소반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친정에서 준비해 준 일명 늦은 혼수였지 않을까! 친정식구들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던 아인벡 소도시에서 올렸던 소소한 결혼식에 대한 후불식 혼숫감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결혼식 날만 화창했던 그날! 그것이 내겐 위안이었고 최고의 선물이지 않았던가!  

   

한국에서의 첫날밤은 친정이 준비해 둔 작은 앉은뱅이 소반에 맥도널드 햄버거와 포테이토 그리고 콜라를 올려놓고 먹으면서 우린 모두 너무도 생소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32평짜리 아파트가 왜 이렇게 썰렁하고... 하고.. 하고.. 그러면서 거실에 이불을 깔고 남편과 나 사이에 두 아이를 눕게 하고 잠을 청했다. 한국에 도착한 지 3일이 돼서 친정에서 대전으로 내려왔기에 시차적응은 아직 진행 중이요 한국살이의 흥분은 이미 잊어버려졌고 내일부터 해야 될 일들이 나를 긴장 속에서 풀어주지 않는 밤이었다.   

  

우리에게 아니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1주일!

독일인 남편은 외국인으로 등록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독일인이지만 독일주재 한국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했었기에 동시에 한국인, 고로 전입신고를 하면서 내 밑으로 신고를 하면 되고 큰아이는 독일에서 이미 대전외국인학교에 문의를 해서 상담을 받고 학교에 입학을 시키면 되고 막내는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에휴.. 아직은 너무 무리인 듯하고... 또 하고.. 하고.. 할 일들이 끝도 없다.   

  

제일 시급하고 너무 걱정되는 일은 남편이 어떻게 청주에 위치한 회사에 출근을 하느냐는 거였다. 그는 독일 외국인이요.. 한국말 못 하고.. 숫기도 없고... 대전에서 청주는 멀었다. 내가 남편을 위해 뭔가를 처리해 줄 수 있는 거리로는.  

    

내일 당장 전입신고 후 핸드폰을 개통하는 게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남편이 일하게 될 회사에 전화를 걸어 언제 어디를 가야 하며 누굴 만나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하는데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전화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난, 여기 어디!, 난, 남편과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인거지! ’ 

    

202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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