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 Jul 02. 2022

미련한 날

새것이었던 설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낡아 빠져 버린 권태가 된다


덮인 책이 된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책장 속에

넣어둔 채로 깜빡한

보잘것없는 흑백 사진이 된다


바래진다

눅눅히


찌든다

절묘하게


보송했던 볼 안에는

소리 없는 암흑이 담겼다

일자로 그어진 입술은 보란 듯 검정 호수에 잠긴다


사라진다

점점이


고요히 썩어가는


얼음 속의 시체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날에는


고막의 끝을 잡고

피 튀기는 스피커의 볼륨을

나만 아는 더러운 속내의 침전물까지


셔터를 닫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분 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