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 Oct 28. 2022

이방인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더라

매일 걸어오던 길인데

툭하고 떨어진 낙엽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날이 있더라


대개 스쳐 지나가기 바빴던 일상이었는데

삶은 그렇게 저렇게 지나가던 것이었는데


'천천히 가시오'

라는 교통 표지판


초등학교 옆으로 노란 페인트칠 위에

변화를 겪고 있는 아직은 연노랑 은행잎이

신발 앞코에 툭 하니 떨어져

인사를 건네 오는 날이 있더라


초면인데 이리도 살갑게 마중 오는

말라비틀어진 낙엽을 그냥 밟으려는데


안녕, 낯선 사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들었을까 봐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지만

행인들은 눈앞의 허공을 보고 있다


헛것이겠지...


하지만 단념을 하기엔 일렀다


가을이 내게 와 말을 걸었을 때

한해의 생명이 숨을 다하고

그대와의 눈부셨던 이별을 나에게

묻는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속삭이며 대답해본다


안녕, 멋진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현실 왜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