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고 계획된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러 벌떡 일어나는 나에게는 초인적인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매일매일이 지난하기 짝이 없는 반복의 순환이면서도 그것을 지속하며, 자리를 메꾸어 나가는 강인함이 아니련가.
바뀌어가는 친구들과 재화를 내고 주어지는 밥상 위에 당연하지 않은 음식들을 먹고서도, 가끔은 수줍고 때로는 찌릿한 두통과 일렁이는 아픔을 견뎌내는 자신이 경이롭지 않는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날들에게 고만고만한 작별을 건네고, 그럼에도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들이 없었다만서도 우리는 한 뼘씩 성장해오지 않았는가.
웃음을 훔치고 눈물을 눌러가며 다른 사람의 시선과 관심을 내다 버린 채로, 화장실 칸막이에 혼자 꿇어앉아, 형광등의 비참한 어둠 속 단 하나의 빛만 보여달라고 두 손 두 발 빌던 나의 모습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지 않았는가.
어둠 속 멀리서부터 동이 터오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잔인하게도 하루는 시작된다.
눈이 떠지고,
나는.
어김없이 오늘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