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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이유

네 번째 회사에서 9년 차 직장인의 삶을 보내고 있는 요즘, 처음으로 다음 회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 객관적인 조건이 크게 아쉬운 부분도 없고 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이 불만족스럽지 않다. 나의 마음과 나를 둘러싼 환경이 잔잔한 파도같이 안정되어 있는 기분이다.


나는 업무와 성과에 있어 남들보다 욕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경력에 비해 잦은 이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회사에서의 내 모습과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들이 늘 아쉬웠다. 그리고 그 아쉬운 결과들에 대해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직을 준비하며 맞이했던 불합격 소식들에 어려운 마음으로 보낸 일상은 셀 수 없다.


2023년 11월의 최종면접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고 면접장을 나오는 순간 이상하게 붙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근거 없는 그 확신과 함께 다니던 회사에 대한 마음 정리는 나도 모르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종면접 일주일 후 이메일로 확인한 불합격 소식은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여러이유로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회사에서의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도 없이 고민했다. '1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종합격한 회사에 가야 할까?'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이직을 경험한 나는 이번 이직만큼은 내 본연의 목적과 진심을 잊지말자는 다짐과 함께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애정이 0도 남아있지 않은 회사에서 일을 하며 이직을 준비하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하지만 난 확신했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 이상, 나는 이직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약 1년이 좀 더 지난 2024년 8월 지금의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을 앞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나는 꽤 행복하고 평온하다. 나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회사의 동료들과 만나는 약속자리에서도 좋아 보인다는 말을 매번 듣는다.


나는 생각한다. 나의 이직은 내 확신으로부터 시작했다. 현실을 회피하려고 시작하지 않았고 온전히 나의 행복을 위해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향한 이직의 이유 덕분에 정말 지치고 힘든 순간들에도 나 스스로를 잡아낼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항상 이직을 마음먹은 초심을 떠올렸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확실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의 나는 행복하다.


물론 이직만이 정답은 아니다.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고 지금의 회사에서 새로운 챕터를 열어볼 수 있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된다면 그때 다시 이직을 고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겨우 9년 차 직장인 신분을 가진 내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모든 결정은 당신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면 그 이후 어려운 순간들의 주체는 당신이다. 이직을 마음먹었다면 일상적으로 확인하게 될 불합격 순간에서의 실망감 주체 역시 당신이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당신이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을 지나 평온함, 행복함을 얻게 되는 주체 역시 당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확신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결정은 무엇인지 오랜 시간 인내하고 고민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오늘도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이 단단한 확신을 갖게 될 내일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내일의 당신이 오늘보다 더 자주 웃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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