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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도 bando Jun 09. 2022

#신신 노트 | 기획자는 직원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TIP

혹시 불확실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를 맡고 있나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거나 이런 날들에 지친 적은요? '직원'이란 어찌 보면, 이 모든 상황을 마음만 먹으면 그만둘 수 있다는 점에서 혜택 받은 신분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떠나도 프로젝트는 남지요. 이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딱 2가지입니다. 프로젝트가 망하거나, 내가 맡았을 때보다 더 성장하거나.


다음 직장이 더 좋아 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한 직장에서 제2의 커리어 인생을 살게 되었다면 개인으로선 그만한 기쁨이 또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후자를 걱정하고 계시는 기획자가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직원의 마음으로 일하지 말라고 권해주고 싶어요. 특히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손을 보태어보면', '누가 이 부분만 조금만 더 다듬어주면'... 그러면 프로젝트가 더 성장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고민에 잠긴 분이라면 더더욱 오너십을 기본 태도로 장착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이때 우리네 마음속에는 이런 경보가 울리죠.


' 나는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라고요. 회사가 내 밥그릇 챙겨주나요? '


정말!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위의 말처럼, 오너십 역시 오너가 되라고 강요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원진이 귀에 딱지 앉도록 강조하는 오너십, 그놈의 오너십이란 대체 뭘까요? 저는 직원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먼저 볼 줄 알고, 이를 책임감으로 바꿀 줄 아는 역량을 '오너십(Ownership)'으로 정의합니다. 신사업 파트는 이 오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측 불허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정확한 기획을 해야 하고, 사업이 오래 유지되도록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직원의 마음이 아닌, 임원의 마음으로 신사업을 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오너십을 일으키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TIP

나도 모르는 내 오너십을 내면에 불러들이는 방법 중 제일 첫 번째 단계는 '목표 고찰'입니다. 이전에 브런치에 올린 글 '책 소개 | 가격 타협 없이 시장에서 승부 보는 비결 (아래 URL 참고)'에서 소개했듯이, 사업을 시작할 때엔 프로젝트의 목표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 목표가 내 목표와 부합하는지, 그 목표가 나와 협력이 필요한 내/외부 관계자들 간의 의지를 응집시키는 힘이 있는지를 고찰해보아야 합니다. 이 고민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나의 힘으로 사업 기획서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익 분기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https://brunch.co.kr/@4a5bcd71da36487/11


이 단계가 끝났다면, '책임 설정'을 해보는 겁니다. 반드시 내가 회사에서 짊어져야 하는 명목상 책임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직 나와 일이라는 관계만 두고 보았을 때,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Plan A가 실패할 경우 Plan B를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줄 수 있는지 내가 나 스스로와 약속하는 주관적 책임을 설정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실행하세요. 내가 설정한 책임 한도 내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일들을 모두 시도해보고, 내가 약속한 기간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오너십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단계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뒤는 온전히 개인의 마음먹기에 달렸지요. 이를테면, 사업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평하며 보고서에서 손을 뗀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중도 하차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어떤 이슈에 큰 충격을 받아 이에 대한 피드백을 무작정 모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너십은 바로 이 마지막 사람에게서 발현됩니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능력, 즉 문제 해결 능력이 오너십을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단계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오너십을 만드는 프로세스 >

목표 고찰 - 책임 설정 - 실행 - 문제 인지 - 피드백 - 문제 해결


그렇다면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서, 실행 이후 의욕을 잃지 않는 방법은 뭘까요? 어떻게 하면 문제 해결까지 이어지도록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랠 수 있을까요? 답은 심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가능합니다. 일도 마치 연인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던, 정을 붙여 사랑해보던 해야 오래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너십 있는 기획자 vs 오너십 없는 기획자

오너십과 사랑의 또 다른 유사점은 이해입니다. 어릴 적 나쁜 습관 하나쯤은 다들 갖고 있지 않았나요? 어떤 부모는 꾸중하며 이 버릇을 무조건 고치도록 강요하는 반면, 또 어떤 부모는 내 자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이해해보려고 하죠. 비록 그 과정은 수고스럽지만, 미래에 내 자녀가 받을 영향을 생각해 부모는 책임감을 가지고 소통합니다. 이 일로 인해 정말 10년 뒤에 자녀가 고마워한다면, 부모의 이해는 절대 헛되지 않았던 거예요. 그렇다면 신사업의 경우엔 어떤 이해가 필요할까요?


저는 아무도 맡기 싫어했던 문제아(Problem Child) 시장을 맡은 사람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영 이론에선 문제아는 성장성은 높으나 점유율이 낮으므로 빠른 성과 아니면 철수가 답이라고 불리죠. 그러나 어디 사업이 이론처럼 되나요? 다이내믹한 고난을 맞는 와중에도 좋은 고객들을 만나면서 더 먼 관점에서의 사업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웬걸, 드디어 조직 내부적으로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두 유형의 사람이 등장했어요. 두 사람의 대사는 똑같았지요.


"저도 거기로 갈래요"


그러나 두 사람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어요. 여러분은 아래 두 사람 중 어느 분이 더 시장을 개선하는데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하시나요?


A "반도님이 하는 일이 훨씬 편해 보입니다. 그 일은 나를 주고 더 도전적인 일은 반도님이 하세요."

    - 반도 comment: 나쁘진 않아요. A님은 싹싹하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니까요.

B "반도님이 하는 일처럼 제가 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혼자서 많이 공부합니다.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배우면서 해결하는 일다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 반도 comment: 그냥... 성향 파악보다는 인사이트 공유를 많이 하고 왔습니다.


저라면 B님이 상대적으로 시장 문제를 개선할 때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문제아 시장은 보통 다른 시장이 갖고 있지 않은 고질적인 진입장벽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B님의 '공부를 한다'는 행위는, 만약 업무에 투입된다면 그 진입장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굉장히 어필이 되었어요. 그리고 B님은 누가 봐도 똑똑함을 기본 탑재한 사람이어서, 공부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습니다.


반면 A님은 '하고 싶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일의 목표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저 그런 인상이었어요. 그래서 만약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른 길을 걷겠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이는 A님이 오너십이 없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저와 다른 오너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의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즉, 신사업을 할 때 협력자를 찾고자 한다면 '시장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을 더욱 깊이 공부하고 전문성을 기르는 것 또한 오너십이니까요. 만약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오너십이 부족할 때 생기는 상황 >

첫 번째, 겉핥기 식 기획안의 탄생

두 번째, 돌발 이슈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

세 번째, 편법 탐색 or 중도 하차


A님과 B님의 더 큰 차이점은 또 뭐가 있을까요. 혹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진 않으셨나요? 저는 소통 능력 또한 오너십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B님의 경우와 같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조력자가 없으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때로는 팀을 모을 줄 알아야 하죠. 오너십은 곧 팀을 만들고, 팀을 유지하는 힘 역시 오너십에 있습니다. 우리가 맨 첫 번째 단계에서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잘 융합하여 팀을 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 만약 여러분이 저라면 둘 중 어느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요? 한 명을 정한 이유도 명확히 하셨나요? 저는 둘 중 한 분을 골랐는데요, 누군지 한 번 맞춰보길 바랍니다.


오늘 기획자가 가져야 할 역량 중 '오너십'에 대해 구구절절 써보았는데요, 사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시기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최근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이 사건은 문제해결력, 소통 능력 이상의 것을 저에게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며, 다음 회차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 후속 글이 궁금하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고민이 궁금합니다.

* 본 글은 매우 주관적인 분석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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