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정은 누구를 위해 쓰고 있는 걸까?
나는 나의 일을 내가 만족할 만큼은 해내고자 하는 근로자다.
그건 회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벌인 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회사의 인정을 바라고 일하는 타입도 아니다. 회사의 인정만을 바라면서도 눈치 살살 보고 일 앞에서 몸을 사리는 누군가를 한심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다보니, 어느새 뻑이 나버렸다. 과부하된 컴퓨터처럼.
나의 열정은 무한하지 않았고, 제대로 지쳐버린 나는 도통 회복되지 못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이제는 거의 빈 껍데기를 이끌고 집, 회사, 집, 회사 하며, 해야만 해서 하는 재미없는 일을 쳐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되다니..? 내가??'
물론 동료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열정을 들이붓...는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예전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자신만의 높은 기준을 잡고 과하게 일하는 워커홀릭 그 자체라는 걱정 섞인 말을 적잖이 들었다.
남들의 시선이 뭣이 중헌디?
다들 모르는 소리!
난 이미 반짝반짝거리는 아이디어고, 재미있는 걸 벌이고 싶은 에너지고 탈탈 바닥 난 산송장 김과장 된 지
오래라고!
소진된 지 오래 전인 머리와 몸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하는 야근은 나를 아예 껍데기만 남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렇게 되는 건 어쩌면 정해져 있었을지 몰라.
왜냐면 나 자신도, 회사도 내 열정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뭐 어떻게 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고 나왔지!
핵폭탄급으로 세게 온 번아웃은 그렇게 열정을 들이부은 회사와 내 일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일이고 뭐고, 흐물흐물거리는 불쌍한 나를 좀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고 보람되던 그때의 '내 일'은 모두 빵빵하게 채워져있던 나였기에 해낼 수 있었다는 그 당연한 진실을 그제서야 제대로 깨달은 거였다. 바보.
10년이 좀 안 된 회사 안 근로자로서의 삶,
다시 그렇게 살아갈 엄두가 나질 않아…
그 안에서 또다시 나를 스스로 갉아먹게 될까 봐.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난 사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미리 거창하게 계획하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할 일에 대해서는 플랜을 짜고 착착 진행하는 거 좋아하는 ENFJ 이긴 하지만... (질리고 질리는 MBTI 들먹이기)
지금은 그저 넋두리 같지만 아마도 누군가에겐 공감되는 내 얘기를 좀 하고 싶다.
내가 해온 ‘일’은 아직도 좋기 때문에 감각이랑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관련된 어떤 것들도 좀 기록하고!
그러다 보면 잡히겠지 뭐.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 영화평론가 이동진
이 글은, 되는 대로 살아갈 앞으로의 내 삶의 새로운 한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