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서 이야기-3

쌤과 선생님은 다르다

by 에토프

현서는 조금 긴장했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짧은 강의 정도는 어렵지 않게 했으나, 본격적인 강의를 하게 될 줄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긴가? 후~ '


심호흡을 크게 두어 번 하고는 호출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동연이 과외선생님이에요."


삑. 문이 열렸다.


'과외선생님이라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현서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너무 과한가.'


현서는 피어싱 한 개와 반지 한 개 그리고 목걸이를 풀러 가방에 넣며 어머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들어오세요"


웃으며 맞아주는 동연이의 어머니 덕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넓은 현관을 지나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새하얀 벽과 연한 회색빛 타일에 곳곳에 노랑으로 포인트를 주어 밝고 따뜻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집도 있구나...'


현서는 노트북 화면에서나 보던 예쁜 집에 서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곧 동연이가 나와 인사를 했다.

아이의 방에서 앞으로의 수업계획을 알려주고, 아이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간단히 테스트를 하며 첫 만남을 마쳤다. 동연이는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차가워 보이지는 않았고,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성실한 편이었다. 숙제도 빠짐없이 잘해오고, 따라와 주었다. 그 덕분에 두 번의 시험 동안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고, 동연의 어머니는 고맙다며, 과외비를 올려주셨다. 그렇게 동연이와 1년 가까이 수업을 하는 동안, 다른 두 학생을 더 가르치게 되었고, 동연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오빠인 동욱이도 과외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된 동욱이는 꽤나 공부를 잘해서 조금은 부담이 됐다. 서점에 들러 수능 외국어영역 교재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준비시간을 더 들이기도 했다.


"쌤~~ 안녕하세요~ "


첫날부터 현서를 쌤이라고 부르는 동욱이는 동연이와 거의 반대의 캐릭터였다. 말수는 많았지만, 수업태도는 적극적이었고, 줄곧 현서를 배려하고 챙겼다. 덕분에 둘은 금세 친해졌고, 종종 밖에서도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쌤 저 고민 있어요."


고민이라고는 자기 고민은 하나 없고, 남의 고민만 들어줄 것 같은 동욱이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응? 뭔데?"


"우울해요 요즘.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언제나 밝기만 한 것 같은 동욱이에게도 그늘은 있었다. 친구들의 고민상담을 들어주는 것이 이 아이게 버거웠던 것일까.


"다른 사람은 모르지? 네가 힘든 거. 나도 놀랐는데 뭘. 네가 힘들 땐 다른 사람 것까지 짊어지려고 하지 마. 그래도 괜찮아. 그리고 진짜 죽으려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말 다른 사람한테 안 해."



현서는 알고 있었다. 동욱이는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살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그리고 내면이 단단한 이 이아이는 금방 일어날 것도 알고 있었다.

"올~~ 선생님 좀 멋있었어요."


"죽고 싶다고 한 번만 더 하면 혼난다."


"네!"


동욱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현서였다.


"쌤은 근데 연애 안 하세요? 너무 오래 쉬는 거 아니에요?"


"쉰 적 없는대?"


현서는 연애를 시작해본 적이 없으니, 쉰 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모태솔로인 건 굳이 밝히지 않았다.


"저희 학교 수학선생님이랑 소개팅하실래요?"


"방금 전까지 우울하다면서 갑자기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갑자기 둘이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동욱이의 안목은 믿어볼 만했다. 현서가 생각하기에 동욱이는 나이는 어려도 사람 보는 눈은 있는 것 같았다.


"알았어. 수학선생님한테는 물어본 거야? "


"내일 물어보려고요. 솔로인 건 확실해요."


아직 연락이 닿은것도, 얼굴을 본 것도 아닌데 현서의 심장이 조금 더 빠르고 세게 뛰고 있었다.


'이러다 모태솔로인 거 들키겠네.'


현서는 겨우겨우 입꼬리를 내려가며, 수업을 했다. 과외를 마치고 집에 가는 데,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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