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ket List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한 번 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소망 목록'이라는 순화어를 제시했다.
어원은 '죽다'라는 의미의 '양동이를 차다(Kick the Bucket)'란 영어 관용어로, 유래는 굉장히 무서운 뜻을 가지고 있다. 목을 매고 죽을 때 양동이 위에 올라가서 목을 밧줄(노끈)에 걸고 양동이를 발로 차서 죽는 것에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어느 순간 열풍처럼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나무위키
흔히 '버킷리스트'란 말을 듣는다. 뜻은 다들 알리라. 그런데 이 말, 어원을 보면 가볍게 쓸 말이 아니다. 자신의 소망 사항과 자신의 죽음을 연결시켜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무엇을 가리킨다. 어원이야 어떻든 좋다. 뭐 그런 것이라 해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으리라. 다만 몇 가지를 짚고 싶다.
버킷리스트란 말은 삶보다는 여행 같은 것에 더 어울린다. 예를 들어 여행에 가면 들르고 싶은 장소, 마시고 싶은 음료, 사진 찍고 싶은 곳, 걷고 싶은 길 따위가 있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이번 여행의 버킷리스트다. 어디로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버킷리스트일 수도 있다.
이 말이 가히 열풍을 일으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우리 삶의 그늘진 양태가 반영되어 있다. 그만큼 일에 치이고 가사에 치이고 육아에 치어 찌든 채로 살기 때문에 해 보고 싶은 무언가를 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삶은 짧은 여행이라, 우린 유한한 삶을 즐기고 무언가 행복한 요소를 누리고 기쁨과 즐거움, 만족과 안전이 삶 한가운데 충만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비와 집값, 이자 비용 등을 감당하다 보면 여행 한 번 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노년을 맞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버킷리스트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대로, 삶 자체가 애초에 고통이고 지옥이라 우리에겐 자기 자신만의 삶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다. 타인이 말한 대로, 사회가 강요하는 대로, 집단 최면에 걸려 남들이 가는 길을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거기엔 구원이라 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하는 대로 그럴듯한 노년을 꿈 꾸며 버킷리스트나 만들게 되리라.
삶의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쓴다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는 것이 이것이다. 왜 못 하는가?
사람들이 죽을 때 보편적으로 가장 후회하는 것, 그것은 자기 주관 대로 살지 못한 것이다. 이는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얻는 결과다. 즉, 대부분은 자기 주관 대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죽는 순간, 그러니까 발 밑에 놓인 양동이(버킷)를 걷어 차는 순간, 자신이 실행해 보지 못한 리스트를 두고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 양동이(버킷)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삶의 목표(Life Goal)를 세우는 편이 나은 것이다. 이 둘은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삶의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야심찬 선언이다. 타인이 낸 길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나 스스로 길을 내며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우리 모두의 유전자가 다르고 지문이 다르며 목소리가 다르듯, 우리 삶도 모두 다르다. 우리의 목표는 모두 다른 것이어야 한다. 그게 생물학적으로도 맞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집 한 채 장만하기
-아이 명문대 보내기
-은행 이자 갚기
-좋은 학원 보내기
-좋은 데 취업하기
우리 모습은 이 리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잔인하고 이상하며 무지한 일이다. 왜 우리는 이러한 공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까? 스스로 발버둥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버킷리스트 따위나 상상하면서 왜 이 현실을 바꿔 보려 하지 않을까?
나부터 인생 목표를 설정하자. 그리고 나아가 내 아이에게도 인생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비전을 가르치자. 남들이 다 가는 길은 어쩌면 틀린 길일 수도 있다. 잘못된 방향일 수도 있는 것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하더라도 내 길을 가자. 나만의 고유한 목표를 세우자. 그러기 위해 나 자신을 파악하고 알아야 한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는 어디로 나아가길 원하는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자. 그 답을 얻을 때까지 길고 지루하고 답답한 여정을 견뎌내자.
인생의 목표가 세워지면, 버킷리스트 따위는 없어도 된다. 버킷리스트란, 원래 찌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떠 있는 무지개 같은 것이다. 인생의 목표를 가진 자에게는 무지개가 필요없다. 그는 자기 내면에 이미 거대한 무지개를 소유한 자다. 그렇기에 작은 바람이나 풍파에도 흔들림이 없고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고요하며, 변함없이 한 길을 우직하게 갈 수 있다. 이런 자들만이 죽는 순간 말할 수 있다.
아, 훌륭한 여정이었구나. 이젠 좀 쉬어야겠어!
양동이(버킷)을 걷어차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그 순간에 그가 일궈낸 업적의 목록(리스트)이 곧 그의 치열한 삶을 웅변해 줄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버킷리스트란 하고 싶은 일 따위가 아니라 해 온 일, 이뤄낸 일, 달성한 목표의 리트스여야 하는 것이다. 즉 인생 목표(Life Goal)인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인생의 목표를 세워라. 자신의 내면에 거대한 무지개를 그려라. 남이 뭘 하는지 기웃거리지 말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평가자의 평가를 두려워하라. 목표를 세웠다면,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걸어가라. 당신의 인생을 살아라.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