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는 올해 중2가 된다. 작은애는 초6으로 올라간다.
학원은 되도록이면 보내고 싶지 않아!
입버릇처럼 말해 왔는데, 그런 나도 별수 없이 아이 둘을 다 학원에 보내게 됐다. 그래도 오래 버티긴 했지, 나는 생각한다. 큰애는 중1이 되면서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작은애는 올해 1월부터 드디어 학원을 다니게 된 거니까. 아이들에게 적어도 10년 이상의 초과학습 유예 기간은 준 것이다. 초과학습. 나는 학교 수업 이외의 모든 학습은 초과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필요한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초과 학습은 불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럼 학원 왜 보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내 아내가 보내고 싶어 해서. 그렇다, 뻔한 이유이긴 하다. 나는 마지막까지 둘째 아이 만큼은 조금 더 유예 기간을 두길 원했다. 그런데, 내 아내, 완강했다.
지금도 너무 늦었어, 오빠.
아내는 말했다. 그러고는 어느 날 저녁 애들 둘을 데리고 나가서는 학원에 등록했다. 나는 그래도 지금까지 내 의견을 존중해 준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집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니, 그 전에 이미 몇 개의 학원을 보내는 게 보통이니.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져 주었다.
둘째, 열서너 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특정 과목에 한해서는 충분한 학습 능력, 지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학부로모로서의) 바람이 학교에서 충족되기를 지금도 바란다. 그러나 내 경험상 우리 사회 학교, 즉 공교육 제도는 이러한 바람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내가 지켜 본 바, 아이들이 죄다 학원에서 학습을 하다 보니, 정작 공교육은 자기 책임을 놔 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묻는 걸 경험했다.
아이가 많이 뒤처져 있는데, 학원 안 보내세요?
나, 이런 말을 듣고 황당했다. (혹시 교사를 직업으로 하는 독자들께는 죄송하나) 학교 교사들이 아예 학원의 예비 학습을 전제로 하고 아이들을 대하는 느낌이다. 즉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형편이 안 돼 학원에 못 가거나, 부모의 케어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학원을 보내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 진학 후 원활한 학습을 위해서는 수학, 과학 두 과목 만큼은 고등학교 이전 레벨에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인문 계열 전공이어서 대학에서 수학, 과학을 공부할 여지가 없었다. 늘 그게 아쉬웠다. 특별히 성장 과정에서 그 누구로부터도 수학,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 바가 없어 개인적으로 소홀했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과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그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저 수학은 문제 푸는 과목 정도로, 과학은 암기 과목 정도로만 이해했고,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혼자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이 두 과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과학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사물과 현상으로 구성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린 과학을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숫자라는 완전히 다른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파악하는 학문인 수학은 어떤 학문을 하든 기초가 되기에 중요하다. 나는 이 사실을 어린 시절에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늘 이 두 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에서는, 학교에서는 수학, 과학 학습에 대한 내 기대를 충족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일찍이 내렸다.
저녁 한 끼를 함께 못 먹는다는 게 이렇게 슬프다니!
첫째 애는 수학을 공부한 지 만 1년이 됐고, 둘째는 이제 막 시작했다. 두 아이가 학원을 가니, 퇴근하고 집에 가면 적막강산이다. 아이들은 8시가 넘어야 돌아온다. 나는 새벽에 출근하기 때문에 일찍 자는데 그러자면 저녁을 일찍 먹어야 한다.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밥을 먹으려면 9시는 돼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 둘이 저녁을 먹는다. 이제 앞으로 죽 이러지 않을까 싶다, 생각하니 기분이 우울했다. 물론 주말엔 아이들과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뭔가? 함께 살면서 5일을 밥을 따로 먹는 가족이라니! 밥을 같이 먹어 식구라는데, 이건 뭐 따로 사는 거나 다름없는 생활인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가정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대개는 그러하리라.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모는 직장에서 각자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면 적어도 저녁 정도는 함께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린 그렇게 못 할까? 네덜란드도, 호주도, 영국도, 미국도 최소한의 가족의 온기는 누리도록 배려하고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우리만 그게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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