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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05. 2024

내 아이도 변하더라 (무서운 초등학생)

둘째 딸 이야기다. 이 녀석 어렸을 때부터 살갑고 늘 웃는 얼굴로 아빠를 찾으며 게다가 스킨십도 많았다. 아빠가 조금 화가 난 것 같으면 겁 먹은 얼굴을 하고 아빠 눈치를 살폈다. 아빠가 좋아할 것 같은 행동을 찾아 스스로 먼저 해 보이는 선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가 눈치가 빠르고,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구나, 생각했다.


근데 착각이었구나!


변화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부터 서서히 찾아오기 시작한 듯하다. 그러더니 6학년이 되는 올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둘째 딸을 마주 하게 되었다. 나는 딸내미에게 팔베개를 해 주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얼굴을 만져 주고, 아이의 향기를 맡는 걸 좋아한다. 특별히 둘째 딸애는 늘 어린애 같아서, 내가 아가, 아빠한테 와, 하면 침대에 누워 있는 내게 착 안겨 주곤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런 일, 어렵게 됐다. 오라 해도 좀처럼 오지 않고, 게임을 하신다. 거실 안락의자에 앉아 발가락을 물어뜯으며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시며 아빠가 오라고 해도 영 오질 않는 것이다.





어제, 나는 딸애에게 사정 사정을 했다.


아빠가 팔베개 해 줄까, 아가?


이 아이,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게임에 열중하시느라 눈은 스마트폰에 가 있다. 나는 다시 읍소했다.


제라야, 아빠랑 잠깐 시간 보내지 않을래?


싫은데?


아이가 말한다.


제라, 많이 변했구나. 옛날엔 아빠가 부르면 바로바로 오더니.


내 말에, 아이는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한다.


나 피곤해.


헉. 피곤하시구나. 그래, 피곤하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실 텐데 얼마나 피곤하시겠니.


변한다. 그래, 모든 것이 변한다. 이 아이, 이제는 다시는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부르면 달려오던 그 시절은 이제 완전히 끝난 듯하다.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 그 시절이 좋았구나. 이젠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겠네. 


다행히, 내 큰 딸은 지금도 나에게 착 안긴다. 둘째 아이처럼 살갑고 애교를 장착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아빠에게 사랑을 표현해 주는 고마운 딸이다. 오히려 큰 딸은 크면서 더 아빠를 좋아해주는 느낌이다. 큰 딸과의 관계 역시 이렇게 영원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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