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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11. 2024

책을 쓰는 즐거움

나의 경우에, 책을 쓰는 일은 고통이자, 동시에 즐거움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주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하다. 어떻게 해서 책을 쓰기로 그 젊은 나이에, 결정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 평생을 글 쓰는 일에 몰두하자고 결정한 때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2년 정도 책을 읽었고, 기도를 했다. 어느 날엔가, 산책을 하는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는 일을 평생 한다면 어떨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1.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Yes였다.


2. 그렇다면, 가장 좋은 수단이 뭘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란? 이 작은 지역, 국가를 넘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고, 어쩌면 내가 죽은 이후에도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수단이란 것이 있을까?


있다, 글을 쓰는 것.


그렇게 글쟁이의 삶이 시작되었다.


처음 몇 년 간은 쓰지 말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왜? 무언가 말하려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말하기 위해서는, 한 마디 말을 뱉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은 주제를 사유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 그렇다. 


말하고 싶어, 견디지 못할 때까지는 펜을 들지 않으리라.


그렇게 독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버스에서, 도서관에서, 방에서, 심지어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 충분히 읽었다 싶으면, 책을 놓고 산책을 했다. 읽은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었다. 밑줄을 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필기 하며 세 번,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쉰 번 읽었다. 나중엔 책을 덮고도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때가 왔다. 회사에 입사한 그해 여름, 나는 첫 책을 썼다. 쓰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 책은 10개월 정도 만에 완성했다. 그리고 원고를 대여섯 군데 출판사에 보냈다. 결과는? 연락이 오는 데가 없었다. 그 책 제목은 '다이아몬드 정원'이었다. 제본된 책은 지금 내방 서가에 꽂혀 있다. 완성도는 낮으나 애착이 가는 책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나는 이 소설을 새로 다듬어 출간할 생각이다.


첫 출간 기회는 2년 뒤인 2009년에 찾아왔다. 내가 쓰고 싶었던 소설이 아닌, 정치 서적이었다. 서너 군데 원고기획서를 보냈는데 한 군데에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2011년, 그 책이 출간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이아몬드 정원'에 비하면, 그 책은 어렵게 어렵게 썼다. 당시 책을 쓰면서 부산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문재인을 정확히 세 번 만났는데, 훗날 그가 대통령이 될 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연이라면 인연일 텐데, 그가 대선 후보를 수락하고 난 뒤 여의도 모처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를 알아보곤 악수를 건넸다. 


"아이고, 반갑네요. 잘 지내시나요?"


그는 물었다.


"네, 후보님. 잘하십시오."


나는 짧게 인사를 건넸다.


몇 달 후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첫 책이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자 같은 분야의 책을 내자는 제안을 몇 차례 받았다. 그러나 내가 쓰고 싶은 책은 소설이어서,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간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나는 서너 권의 장편소설을 썼지만 공모에 번번이 떨어졌다. 메이저 공모에 최종까지는 올라가는데, 당선이 되지는 않았다.





2021년, 나는 생애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조국을 부정한다.'는 제목의 역시 사회정치 서적이었다. 이번엔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자비로 출간했다. 판매 성적은 나빴지만 그 덕분에 '그대가 조국'이란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신 캉디드'란 제목의 사회정치 서적이다. 올 1월 첫날부터 집필을 시작했고, 2월 중순 이전에 마무리할 생각이다. 한 달 반밖에 시간이 없어, 마음이 조급하나 하루하루 정해진 양을 따박따박 써내는 중이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나, 책을 쓰는 일은 참 고통스럽다. 백 리를 가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 이의 심정으로 매일 아침을 맞는다. 하루 종일 한 글자도 쓰지 못 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내게 할 일이 있고, 할 말이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 가진 기쁨 중 가장 순도 높은 기쁨이리라.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그러니, 이 일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쓰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나의 이야기가 조금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생은 충분히 길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준비가 철저할수록 훗날, 더 많은 기회가 오리라. 다른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으나, 책은 더욱 그러하다. 준비 없이 잘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이것은 한 개인에게 있어 가장 강한 무기다.


지금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 다섯 가지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1. 긴 텀으로 준비하라.

2. 충분히 읽고, 메모하고, 자신의 지적 자산을 쌓아라.

3. 말하고, 생각하고, 읽고, 쓰는 작업을 부단히 지속하라.

4.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깨닫고 긴 텀으로 승부하라.

5. 매일 글을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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