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학부모의 이상적인 상담
아이가 학교를 나가지 않는 동안, 며칠째 아침마다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제라는 좀 어때요, 아버님?
네, 그럭저럭 상처를 회복하고 잘 쉬고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날이 갈수록 더 진심으로, 더 깊은 이해심으로 제라를 걱정했다.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일단 교장선생님한테까지 보고를 드렸고, 학교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버님.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제라한테 상처를 준 그 아이 이름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단다.
제라가 마음이 많이 아파. 그래서 며칠 동안 학교에 못 나올 거야. 이중에 제라한테 상처를 준 사람이 있어. 선생님은 누군지 알지만, 너희들이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라.
선생님은 제라 반 아이들에게 제라에 관해 쓰도록 했고,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제라에 대해, 제라에게 했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쓴 모양이다. 집에서 쉬고 있는 제라에게, 반 아이들로부터 카톡이며, 문자며,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뭐라고 하니?
내가 묻자 그냥, 괜찮은 거냐고, 어디가 아프냐고, 그런 거야, 제라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래서 답장은 잘해줬니?
응, 괜찮다고 했어.
제라는 핸드폰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일에 빠져 있었다.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따위엔 무관심한 표정이다.
제라가 학교에 나가는 게 무섭답니다. 선생님.
그렇군요. 너무 걱정이 큽니다, 아버님.
지금으로써는 제라를 챙기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선생님 제가 잘 돌볼테니 걱정 마세요.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꼭 연락 주세요.
나는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었다.
선생님과 나는 그런 식으로 아침마다 2-30분씩 상담했다. 나는 최대한 자세하게 제라 상황을 알려 드렸고, 선생님을 세심하게 받아 적으셨다. 그리고 반에서 있었던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셨다. 그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됐다. 나는 내가 원하는 해결책을 만들어놓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최대한 내가 원하는 방향 대로 대처해 주셨고, 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학교의 교사를 믿고 안 믿고, 를 떠나 교사와 학부모 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문제는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경청하고자 하는 마음, 상대를 이해하고 믿는 마음이 있다면 그 결과는 아이에게 좋을 것이다. 그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다. 나는 제라 선생님이 사려 깊고, 아이를 아끼는 마음이 깊은 분임을 알았다. 그것이 다행스러웠다. 제라는 며칠 뒤면 학교로 돌아갈 것이고 선생님의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 지금 선생님이라면, 그 역할을 충분히 잘해주실 것 같았다.
퇴근 후엔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이야기해주고 공감대를 만들었다. 양육은 부부가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아빠 혼자, 엄마 혼자 할 수 있는 양육이란 늘 한계가 있다. 함께 하면, 더 충분하고 더 유익한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제라는 일주일 정도 학교를 쉬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결론 내렸다.
선생님도 그 사실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시일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제라에게 달린 문제다. 제라가 멈추면 이 우주도 멈춘다. 제라는 우주다. 나는 아빠로서, 누구보다 그 사실의 엄중함을 알아야 한다. 모든 해결책은 제라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찾을 것이다. 제라가 2주, 혹은 3주 간 학교를 못 나갈 수도 있으리라, 나는 생각했다. 제라는 100년을 살아갈 아이다.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 하는 것은 제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못이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언젠가 먼 훗날, 제라에게 오늘이 따뜻한 날로 기억되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빠인 나의 책임이다. 기쁜 사건뿐만 아니라 아픈 사건, 고통스러운 사건, 힘들었던 사건 역시 풋풋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그것은 부모에게 달린 일이다. 나는 지금 그 일을 현명하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