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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03. 2024

셀린디옹의 불치병

셀링 디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내게 있어 음악의 비중을 먼저 말하자면,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마도 열 살 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삶의 숱한 고비를 음악에 빚지며 견디고 지나왔다. 음악이 없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상상할 수 없으리라.


나는 이곳저곳에 빚을 졌지만, 가장 크게 빚진 데 중 하나가 음악이다.


셀린 디옹의 경우에, 나는 40대가 되면서 이 가수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노래 잘하는 것, 그녀의 노래가 좋은 것은 그 전부터 알았으나 내가 뒤늦게 발견한 것은 그녀의 진정한 가치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힘, 그녀의 내면과 스타성, 특별하고 진귀한 목소리, 표현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니, 나는 이전에는 그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어느 순간 이후에 그것들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 이후로, 그녀의 노래를 계속 틀어놓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가 많아졌다.


그런 그녀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물론이다. 우린 그 사실을 정확히 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어떻게,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인식하는가,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마이클 잭슨, 휘트니휴스턴이 죽음은 내게 특별한 사건이었다. 나는 그들이 죽은 이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매번 무엇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것은 거의 모두 죽음에 관한 것이리라. 나의 유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 '존 덴버'는 비행기 추락사로 죽었다.



졷 덴버


오늘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최고 버전의 나(the best version of myself)에 이르겠는가?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최고 버전에 대해 상상하지도 못한 채 죽는다. 이것은 내가 생각할 때 개인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이다. 셀린 디옹은 내가 아는 한 최고 버전의 자신을 경험한 이다. 자신은 지금 아프지만, 마지막까지 노래를 불러야 한다, 고 말하는 셀린 디옹의 독백을 듣고 나는 무척 슬펐다. 그녀는 적어도 행복하고 의미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만약 그녀가 죽으면 더 이상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에서 듣는 그녀의 음악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내가 이 우주를 떠나면, 그 뒤엔 무엇이 남을까? 적어도 나에 관한 한 무엇이 남게 될까? 나는 이 질문을 꽤 젊었을 때부터 해 왔다. 삶이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나가는 과정이다.


셀린 디옹이 맞고 있는 현실이 나에게는 무척 슬픈 일이지만, 한편으로 그녀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그녀가 남긴 것들이 더 소중하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남긴 것들은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무엇이지만, 그 고도가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녀가 실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들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고도까지 이르러 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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