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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29. 2024

아이에게 스크루지가 되라고 말하지 마세요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부모다. 아이는 살면서, 성장하면서 많은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는다. 또래 친구들, 교사, 이웃, 친척 등이 모두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한 마을이다, 라는 말은 실로 다양한 이들이, 사회 전체가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한 아이의 성장에 그야말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은 아이에게 본보기가 된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삶의 법칙과 윤리, 가치를 대부분 전수받는다.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이에요!


내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졸업생 다수가 자기 꿈을 건물주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세상에 나온 지 고작 12-3년밖에 안 된 아이들에게 가장 모범이 되는 인간이 건물주라는 이 결과는 참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지?


돈이 전부야!


아이들의 생각을 만든 것은 부모이리라. 부모가 살아온 삶이 부모의 생각을 만들고 그 부모의 생각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돈이 중요하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경제적인 독립, 자립은 한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토대가 된다. 우린 이 사실을 잘 안다. 성인이 되면 자기 재능을 키우고, 쓸모를 키워 경제활동을 한다. 불평등의 정도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만한 우리사회에서 돈 문제가 매우 가치 우선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건물주란 꿈을 갖도록 만드는 부모의 교육은 위험하다. 


스크루지! 언제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남 등쳐먹기 좋아하고, 교활하고, 악랄하고, 치사하고, 탐욕스럽고, 추잡한 늙은이! 무정하고 냉정하기로는 쇠망치로 두들겨 대도 불똥 하나 튀기지 않을 부싯돌 같고, 음험하고, 제 생각만 하기로 치자면 꽉 다문 굴 껍데기 같다. 내면에 들어앉은 냉혹함 탓에 스크루지의 생김새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날카롭게 굽은 매부리코, 쭈글쭈글 우그러든 뺨, 뻣뻣한 걸음걸이, 벌겋게 충혈된 눈과 푸르뎅뎅하고 얄팍한 입술, 거기에다 심술궂게 앙알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 (중략) "앞 못 보는 주인님! 악마의 눈을 달고 다니느니 차라리 눈이 없는 편이 나아요."

-크리스마스 캐롤 중 (찰스디킨스)


오늘날, 대다수 부모가 아이를 건물주 스크루지로 키우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사회가 이처럼 불평등이 고착된, 반인간적인 풍토가 만연한 데에는 돈 많은 스크루지들 때문이다. 


이에 대한 살아남기 전략으로 내 아이에게 '너도 저들처럼 스크루지가 되어서 살아남아야 한다', 고 가르치는 것은 좋은 가르침일까? 


높은 곳에 올라, 세계를 보면 살아남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라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리라. "네가 저들처럼 스크루지가 되어 살아남을 바에 나는 차라리 네가 이 사회에서 떠나라, 고 말하고 싶구나."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같은 나라를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불평등 지수가 낮고, 누구나 어느 정도 삶의 기회를 받으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가? 


왜 우린 이 고민을 하지 않는 걸까? 그 대신 너도 스크루지가 되어 살아남으라, 고 말하는 걸까?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악함, 무정함, 반인간성, 물질만능주의는 우리 부모 세대, 그리고 나아가 우리 세대가 만든 것이다. 자, 그리고 우린 지금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이러한 불평등에 동참하렴, 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의 행동과 말이 곧 우리 생각이다. 꿈이 건물주에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생각, 행동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아이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라. 이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과연 우리에게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나는, 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내면이 깊다. 아이들은 맑고 때 묻지 않은 눈으로 이 악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볼 줄 안다. 진실을 마주하면 나는 아이들이 이 사회의 스크루지를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증오하고,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이 참된 교육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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