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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05. 2024

부모의 조언을 들을 수 없는 아이의 불행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조언할 수 있는가?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어떤 부모가 조언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이것을 따져 봐야 하리라.


-조언할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조언할 수 있는 권위를 확보했는가?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조언하는 문제에 관한 한 나는 이 세 가지를 중요한 물음으로 꼽겠다.


-조언할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부모가 조언하기 위해서는 조언할 무언가를 부모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조언자의 조건이다. 조언 내용이 쓸모없고 지혜가 담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책도 아닐 경우, 부모는 조언자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그가 하는 말은 조언이 아니라 억압, 지배, 폭력이 될 가능성만 높아지리라. 명령과 제압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점 설 곳을 잃게 된다. 명령과 제압, 폭력과 지배 방식은 아이가 반항을 시작하면서부터 쓸모없게 된다. 심리적으로 부모는 아이와 단절되고 아이는 부모를 조언자로 신뢰하지 않는다. 대다수 가정의 모습이다.


자신이 부모로서, 조언자의 지위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이 점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해결책이 과연 아이에게 필요하고 쓸모있으며 아이를 더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들이었을까? 아직 아이가 어리다면, 기회가 남아 있다. 부모는 훌륭한 조언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 분투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지만, 부모의 지위, 권위란 본디 갖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노력하지 않고 거저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이 부모의 권위다. 나 스스로 지혜가 부족하다면, 앎과 철학에 게을렀다면 가질 수 없는 왕관이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 훌륭한 조언자 자리에 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부모를 가진 아이는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부모를 스승으로 두고, 성장하고 가능성과 잠재성을 희생해 결실을 맺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조언할 수 있는 권위를 확보했는가?


앞서 말한 대로, 조언자의 지위는 다양한 지혜가 필요하다. 대학을 다니면서,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혹은 사회에 나와서 여러 방면의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두루 경험을 쌓지 못했다면 조언자의 왕관을 가지기는 어렵다. 부모는 대개 하나의 눈으로, 한 가지 시각과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이를 아이에게 주지시키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내 아이의 조언자들은 내 아이가 장차 좋은 부모가 되도록 이끈다. 이러한 목표는 세계를 한 가지 시각에서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교육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지금 내 아이는 여러 가지 목표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 내 아이는 또래들로부터 인정받는 좋은 친구여야 하고 예의바른 자녀여야 하며,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제자여야 한다. 내 아이는 매력을 지녀야 하고, 향후 어떤 일을 해나갈 때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양분과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 아이는 장차 훌륭한 배우자가 되어야 하고, 장차 생길 아이의 훌륭한 부모가 되어야 하며, 직장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 내가 단지 한 가지 관점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다면, 분명히 밝히건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조언자로서 아이로부터 그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 본받을 것이 있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올바른 혹은 따를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이는 어른못지 않게 타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해석한다. 어줍짢은 지식, 얕은 경험, 쓸 데 없는 고집과 편견으로 가득찬 어른을 아이들은 어느 정도 구분해 낸다. 아이는 어리숙한 바보가 아니다. 내가 준비없이 부모가 되고, 이미 아이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면 그것은 나란 존재의 속성을 아이에게 들켰다는 증거다.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


조언자가 될 모든 것을 갖췄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태도다. 여기엔 심리학적인 기술이 동원되어야 한다. 훌륭한 조언자, 신뢰받는 조언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타인이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전하는 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부한다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아이의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내 아이의 성장 단계, 발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엔 관찰이 필요하고, 예민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부모랍시고 아무 때나 아이를 앉혀 놓고 말을 늘어놓는 부모는 조언자의 지위를 곧 잃게 될 것이다. 그건 좋은 관계 방식이 아니다. 오래 관찰하고 해 줄 조언을 쌓아 두었다가 가장 적시에 올바른 태도로 이를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잘되면 ,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부모를 인생에 있어 가장 훌륭하고 믿음직스러운 조언자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부모를 상상해 보고 이미지화 해 보자. 이를 위한 실천을 하나씩 해 보자. 부모는 이미 아이를 한참 앞서 있다. 지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부모는 아이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부족한 것은 채워가면 된다. 무엇보다 세계를 해석하고 바라보는 눈을 늘려 나가야 한다. 한두 가지 기준에서 세상을 해석해 왔다면 이미 편혐하고 옹졸한 인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 자신을 인지했다면, 나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훌륭한 조언자가 되기 위해, 내 아이를 성장시키는 멘토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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