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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Jul 19. 2022

인생 첫 백수생활, 돈 쓰는 건 짜릿해

회사를 퇴사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사실이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서둘러서 씻고 옷을 고른 뒤 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고, 아침 뉴스마저도 너무도 흥미로웠던 그 시간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동네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도 했으며, 낮잠을 잘 수 있는 행복한 백수생활!


내가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소처럼 일했던가!!


감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이번 퇴직 후 나의 최대 이벤트

유럽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여행책자를 뒤적거렸다.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해 선물을 주고 싶은데, 무엇이 좋을까?

한 달 정도 길게 여행을 다녀올까? 어디로? 아 그래 유럽, 유럽이다!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은 유럽 아니던가

퇴직금이 두둑한 나는 영국까지 국적기 직항으로 예약하였고, 30일 전체 일정 호텔로 시원하게 예약하며 여행을 준비하였다.


백수생활 한 달 차가 되었을 때 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너무 깜짝 놀라 정말 내가 쓴 게 맞는지 하나하나 체크했던 기억이 있다. 직장 다닐 때보다 남는 것은 시간이오, 통장 잔고는 두둑하다 보니 쉴 틈 없이 쇼핑을 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만남도 늘리니 지출이 쭉쭉 늘어나는 게 아니던가


"네가 관두고 싶어서 관뒀는데, 생활비는 당연히 내야지. 아니면 취업을 빨리 하던가"


독립하지 않을 거면 생활비를 내야 살 수 있는 우리 집 규칙에 맞게, 백수 때에도 난 어김없이 생활비를 내야만 했고 점점 줄어드는 잔고에 약간의 초조함을 느끼며 한 달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유럽여행을 하며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 돈을 쓰면서 얻는 경험과 기분은 그 어떠한 것을 이길 수 없다

- 생각보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많다

- 유럽에는 정말 다양한 미술관 & 박물관이 있고 난 생각보다 미술관에 흥미가 있다

- 30일 동안 10개국을 도는 건 미친 짓이다

- 호텔보다는 한인민박을 했다면 더 즐겁게 놀았을 것이다

- 파스타는 생각보다 맛이 없다

- 탄산수도 맛이 없다

- 20대에 왔으니, 30대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유럽 여행을 다시 와야겠다

- 돈을 펑펑 쓰며 여행 다니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다

- 그러니 난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바쁘게 살아왔던 나는, 여행을 통해 여유로움과 휴식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이런 경험을 하려면 다시 또 어딘가에 입사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라는 원동력을 얻은 채 돌아왔다.


세상에서 돈 쓰는 게 제일 짜릿한 일!


여행에서 돌아온 뒤 잠시 휴식을 가지고 나는 바로 국내 여행사 공채 모집과 인력채용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열심히 모아서 이 짜릿한 기분을 다시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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