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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Jan 07. 2022

낙하

악뮤의 <낙하>를 처음 들었을 때 가사를 제대로 못 들어 어떤 곡인지 몰랐습니다. 최근 우연히 가사를 자세히 보고서야 믿음에 대한 내용임을 알았습니다. 작곡을 잠시만 쉬고 시집 하나만 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만큼, 노래마다 가사들이 참 좋습니다.


애정이 담긴 믿음은 참으로 서로를 든든하게 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더라도 너만은 믿을 수 있다는 것. 외출 전 완충된 핸드폰, 화장실 선반에 가득한 치약과 비누처럼 든든합니다.




낙하, 믿음의 점프 하니까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에서 코브는 사이토의 제안에 위험한 작전을 시작하고, 꿈 속의 사이토는 코브의 제안에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두 장면 모두 'take a leap of faith'라는 대사로 이루어지는데, 사실상 영화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대사입니다.


또 생각나는 것은 지금은 이직한 회사 동료가 했던 말들입니다. 같이 점심을 먹으며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놀더니, 어느 순간 저한테 달라붙어서 순식간에 잠드는 거예요. 그러면 얘가 저를 전적으로 신뢰하니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신기해요. 저랑 만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특히 저 마지막 문장은 살면서 들었던 가장 참신한 표현 중 하나입니다. 그 감정과 기분이 너무 이해되면서 동시에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살다 보면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고받을 인연이 점점 줄어듭니다. 누구도 서로를 탓할 수 없기에 남은 인연이 더욱 소중합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나의 가족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나를 무조건 믿는 가족이 둘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내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내가 나를 믿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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