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유정 Jan 11. 2022

예의바른 아이유와 손

아내와 뼈해장국에 와인 한 잔 하며 유튜브로 이것저것 봅니다. AI가 <아이유 모른 척 하기 챌린지>라는 클립을 추천하길래 클릭해 봅니다. 너무너무 귀여운 초등학생 배우가 연예인을 모르는 척하는 코너입니다. 아이유 님(지은이라고 쓰면 아내에게 눈치 보이니까 삼촌이 오늘은 아이유 님이라고 합니다)을 눈앞에서 마주치고도 담담한 척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모릅니다.


몰카의 시간이 끝나고 아이유 님이 배우 민서 님에게 묻습니다.


"어떤 계기로 나를 좋아하게 됐어?"


민서 님이 참 의외의 대답을 합니다. 예전에 최백호 님과 같이 공연하는 자리에서, 최백호 님이 일어나시자 곧바로 따라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팬이 되기도 하는구나..."


아이유 님이 놀라는 것도 당연합니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아주 작은 것이 많은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내게 그 '작은 것'은 오래전 인터넷에서 본,  출처도 모를 짧은 글입니다. 그 글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라는 짧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질문보다도 더 짧은,


"손."


한 글자입니다. 그리고 그 한 글자가 나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사실 저 글이 정확한 통계에 의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후에 샐리 티스데일 님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나 고재욱 님의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와 같은 책을 읽었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어도 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그 글은 이제 찾을 수도 없고, 어떤 의미를 전하고자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게 저 '손'은 그랬습니다. 마지막 순간은 언제 올지 모르고, 그전에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과 마음이 완전히 섞이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에 잡은 손이 조금 더 많은 말을 전해 줄 수는 있어도, 평소에 잡은 손과 완전히 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잡고 싶은 손은 처음 잡는 손이 아니라 항상 잡던 그 손일 것이다. 매일 잡는 그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야 후회가 덜할 것이다.




결혼 후, 가끔씩 점심시간에 집 근처로 가 아내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회사를 옮긴 후에는 아내가 가끔 회사 근처로 와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지방으로 이사한 후에는 매일 집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러워서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볼 때면 함께 있다는 느낌이 좀 더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헤어져야 하니 애틋함도 더합니다.


집에서 매일 보는데 왜 낮 시간까지 굳이 빼서 또 보느냐, 삼식이라 싫어할 텐데 왜 그러느냐 등등의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웃습니다. 어차피 나이 들어 후회할 사람들의 하향평준화 노력에 응해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짧고 사람은 죽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내서 아내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사랑은 대상이 분산될수록 총량이 지만, 아이가 오지 않은 덕분에  안의 아내가  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효녀 딸이 엄마 아빠 많이많이 사랑하라고 자리를 피해 주었으니,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려 합니다.


이전 10화 낙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