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홀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굳이 찾아내 왜 그러시냐 물으면, 십중팔구 사람이 싫어서라고 합니다. 사람이 싫어서 사막으로 가는 사람은 못 봤습니다. 숲 속에 숨어들어야 비로소 사람 없는 것이 살갗에 와닿나 봅니다.
숲은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꽃과 나무와 풀이 빽빽합니다. 밤이면 어둠이 빈 틈을 채웁니다. 그 위를 또 소리가 덮습니다. 낙엽과 나뭇가지가 바스락, 빠드득 합니다. 동물들 발소리는 누구는 후다닥, 누구는 어슬렁어슬렁 합니다. ‘구구-꾸꾸’ 하는 산비둘기와 ‘홀딱뻐꾹’ 하는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도 끊이지 않습니다.
빈틈없이 꽉 채워진 공간, 생명과 생명의 소리로 가득 찬 공간. 하지만, 저 어둠 속에 뭐가 있더라도 인간만은 없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주는 안도감.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피해 숲 속으로 달아납니다.
한때 숲 속으로 달아나고 싶던 때가 있었습니다. 타인보다는 나로부터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이들이 사무실이 아닌 자신의 머릿속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숲을 배처럼 타고 나에게서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내가 도착한 모든 곳에 내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피한 적 없는 자식놈은 어차피 여기도 없고 거기도 없으니, 내가 좀 작아지면 자식 생각이라도 좀 작아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른 것들이 가득 찬 곳에 숨으면 내가 좀 희석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도망쳐서 도달한 곳에 천국은 없더라도 여기보다는 낫겠지 하는, 막연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을 가까이하는 편은 아니지만 많이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아내와는 가까이 있을수록 더 좋습니다. 아내처럼 매일 보는 사람이 딱 한 명만 더 있으면 했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힘든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도망가고 싶은데 숲 속으로는 아내를 두고 갈 수도, 데리고 갈 수도 없으니 언젠가 함께 도시를 떠나는 정도로 타협하려 합니다.
나이가 좀 들면 아내와 노후를 보낼 집을 지을 생각입니다. 둘이 살 테니 마당이 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노후의 휴식이 아닌 노후의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집은 짓고 싶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싱크대도 만들고, 고양이도 키우고, 맛있는 것도 맨날 먹을 겁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숲처럼 꽉꽉 채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