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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정 Jan 28. 2022

램지형의 숨제자

유튜브에서 고든 램지의 스테이크 굽는 법을 보고 감동받은 적이 있습니다. 쓸데없이 화려한 기술도, 누구나 냉장고에 하나씩 있다는데 나만 모르는 향신료도, 과학시간인지 요리시간인지 헷갈리는 도구도 없습니다. 따라하기 쉬운 간결한 설명이 좋았고, 완성    마디 "맛있" 끝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아는 사이면 고든 형이라고 부를텐데,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램지 형입니다. 요리 잘 하면 형입니다. 젊은 요리사들한테 막말하는 것을 알고 저 자식으로 강등했다가, 또 아이들한테는 잘 해준다길래 다시 형 해줬습니다.


램지 형은 나를 모르지만 나름 숨은 제자입니다. 수제자는  돼도 숨제자는 됩니다. 램지  가르침대로 스테이크 굽는  재미를 붙여서, 한동안 아내와 둘이  자주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미국식 스테이크처럼 두툼 뱃살은 팔할이 램지  작품입니다.



아내가 워낙 이것저것 잘 해 줘서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최대한 자주 요리를 해 주려고 합니다. 스테이크, 떡볶이, 떡국 등은 고정이고, 굽거나 볶는 요리도 꽤 담당합니다.


가끔 미디어에서 '아빠표 ㅇㅇㅇ이 엄마표 ㅇㅇㅇ보다 맛있어요' 하는 아이들을 봅니다. 엄마 눈이 좀 찢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입니다. 할 말은 하는 아이로 크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나도 나름 비법의 메뉴 몇 개 갖고 있는데, 아빠표가 맛있다는 얘기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데, 맛있다고 좋아하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요. 아내에게 이겨서 얻는 건 없어도 저런 사소한 얘기를 나누며 깔깔대는 식탁이 부럽습니다.




먹는 입이 셋이면 좋았겠지만 둘이라서 나쁠 것도 없습니다. 집 밖에서 충분히 피곤하니 집 안에서는 경쟁 없는 사회를 이룩합니다. 아내가 항상 맛있다고 해 줘서 고맙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 해주고 싶습나다. 이번 연휴에도 램지 형의 숨제자로서 실력 발휘 한 번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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