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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글 Oct 07. 2024

#2. 근데 웹소설은 어떻게 쓰는 건가요?

인소 vs 웹소설

웹소설
온라인상에 게재되어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소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소설은 ‘백묘’ 작가의 <베고픈 빨간 망토와 우울증 늑대>였다. 동화 ‘빨간 망토’를 모티브로 한 소설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고등학생 여주인공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 남주인공의 사랑이야기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기욤뮈소’ 작가의 <종이여자>를 내가 처음으로 읽은 소설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내 첫 소설은 '인소'였다.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 소설’의 줄임말인 ‘인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txt. 파일로 공유되는 소설이었다. 우리는 이걸 전자사전과 휴대폰에 넣어서 읽었다. 인소는 대부분 고등학교가 배경이었으며 남자주인공은 일진이거나 킹카였고 여주인공은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이었다. ‘귀여니’ 작가의 <내 남자친구에게>,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가그린’ 작가의 <온새미로>, ‘백 원’ 작가의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등 재미있는 인소는 정말 많았고 나는 밤을 새 가며 인소를 읽었다. 그리고 이 수많은 인소들 중 인기가 좋았던 것들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럼 나는 그걸 또 밤새서 찾아보고는 했다. 


 “웹소설 때문에 지금 전 국민 작가시대잖아. 너도 웹소설 한 번 써 봐.”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웹소설을 한 번 찾아서 읽어봤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찍어 먹듯이 1화부터 10화까지 정도만 읽었다. 2주 동안 로맨스 소설만 20편 정도 읽을 것 같다. 왜 다들 나에게 웹소설을 써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웹소설은 정말 ‘쉬운 소설’이었다.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읽기 쉬운 소설, 그래서 쓰는 것도 쉬운 소설.'


그래서 나한텐 정말 딱 인소 같았다. 


출처.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예쁘고 잘생긴 남녀 주인공이 그려진 표지와 거기에 적혀 있는 <악녀는 아가님을 지켜요!>, <봄그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마지막 로미오>, <당신에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같은 오글거리는 제목부터 인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왕족, 재벌, 친구와의 로맨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아이돌 도전기 등 어렵지 않은 스토리와 이 스토리가 빠른 전개된다는 것도 인소와 비슷했다. 웹소설도 인소처럼 문장들은 짧으면서도 명료했고, 묘사보다는 대화가 많았다. 문장에 비속어와 줄임말, 신조어 등이 섞여 있는 것도, 비문이 많고 이모티콘과 비속어, 신조어가 많이 섞여 있던 인소처럼 웹소설도 비문이 많았고 비속어 줄임말, 신조어 등이 많이 섞여 있었다. 때문에 웹소설도 인소처럼 작품성과 문학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았다. 

 웹소설은 범위가 넓어진 인소였다. 대부분의 소재가 고등학생의 연애물이었던 인소와는 달리 의학물, 추리범죄물, 무협지, 스릴러 등 소재가 매우 다양했고 등장인물의 나이대와 직업도 매우 다양했다. 회귀, 빙의, 초능력 같은 판타지를 소재로 한  현대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소설들도 매우 많았다. 넓어진 범위에서 줄어든 것은 단 하나, 엔딩이었다. 새드엔딩이 제법 많았던 인소와 달리 웹소설은 새드엔딩을 용납하지 않았다.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인물들은 꼭 벌을 받아야 했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들은 꼭 행복해져야 했다. 


 웹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생 때 내가 쓰던 글처럼 그렇게 쓰면 될 것 같다. 중학생 때는 인소를 썼었고, 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드라마 대본을 썼었다. 형식만 다를 뿐 인소와 드라마 대본을 쓰는 건 비슷했다. 웹소설도 그럴 것 같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될 것 같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인소와 드라마엔 언제나 사랑받는 여주인공이 나왔다. 사랑받지 못한다 느꼈던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내가 그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게 예전의 내가 좋아했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사랑받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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